(서울=연합인포맥스) "시장과 수 읽기 싸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최근 어느 전직 금융통화위원이 전한 7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관전평이다.

그는 "금통위가 7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인하 카드는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당시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7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몸짓만 보여도 시장이 알아서 반응하며 완화적 통화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대신 인하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8월 금통위에서 실제 인하에 나섰다면 금통위도 한은 집행부도 시장의 신뢰를 한층 강화하며 원하는 정책효과도 거뒀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7월 금통위는 충분한 사전 시그널 없이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아껴둘 수 있는 카드 하나를 허비하고 시장으로부터 원성만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시중 유통금리가 기준금리를 역전하는 등 오버슈팅하고 있는 것도 향후 금통위 결정을 옥죌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금통위를 일주일 앞둔 지난 3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기준금리를 13bp나 역전한 연 2.77%에 고시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짜리 금리보다 3년짜리 금리가 무려 13bp나낮아지는 등 서울 채권시장은 금통위의 향후 기준금리 결정을 예단하고 있다.

금통위가 수 읽기에서 시장에 한 수 밀리는 분위기라는 게 그의 관전평이다.

그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를 이틀 앞두고김중수 총재가 청와대가 주도하는 이른바 서별관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고, 배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않는 차원에서 서별관 회의 참석을 사양하는 게 한은 총재의 도리라는 얘기다.

특히 그는 "김중수 총재가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인 이른바 GDP 갭 등을 보고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청와대가 주도하는 서별관회의에 참석이 몰고 올 후폭풍을 감안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도 청와대가 주도하는 서별관회의에 한은 총재가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금통위를 앞뒀을 경우 의도적으로 참석을 기피한 선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시장은 물론 정부와 수싸움에서도 한수 밀렸다는 게 그의 종합 관전평이다.

8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가 9일로 다가 왔다. 금통위가 이번에는 시장 및 정부와 어떤 수 읽기 싸움을 벌일지 궁금해진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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