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대우건설이 9일 작년 잠정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이 회계투명성이 우선이라고 말해 파장이 예상됐다.

대우건설은 이에 앞서 외부감사인이 요구한 해외사업장에 대해 전수조사 수준의 실사를 마친 데다 내년 시행 예정인 회계기준을 조기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과 관련해 "회계와 관련해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결 재무제표로 인해 산은이 다소 고통받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시장 의구심을 풀기 위해 대우건설 측에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보수적인 의견도 최대한 들어주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작년 3분기보고서에서 충분한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만약 사업보고서에서도 의견거절이 유지되면 상장폐지 등 대우건설은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대우건설은 작년 연말 회계감사에 조기 착수하는 한편, 외부감사인이 요구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산은 회장의 발언 외에 변경된 회계기준의 조기적용 여부도 변수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작년 11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가운데 제1109호인 '금융상품'과 제1115호인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을 개정했다. 개정 기준의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지만 조기적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는 장기간 진행되는 공사현장의 수익인식을 위해 예정원가를 사용한다. 공사 진행 중에는 전망치를 이용해 비용과 수익을 인식하고 공사 준공 뒤 정산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사기간이 지연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준공 시점에서 흑자 사업장이 적자 사업장으로 변경되는 등 큰 폭의 실적변동이 발생한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예정원가를 수정하느냐에 따라 흑자 또는 적자반영 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개정 회계기준은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합인포맥스가 국내 5개 증권사의 대우건설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종합했을 때 매출액 2조9천307억원, 영업이익 778억원, 당기순익 240억원이었으나 이날 발표되는 실적은 이를 대폭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월 23일 송고한 <대우건설 작년 4Q 실적 변수는 '보수적 회계처리'> 참고)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보수적인 회계처리가 손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데에는 이견이 있다"면서도 "물가상승이나 제반 생산요소 가격의 변동에 따른 예정원가의 변동이라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준공 시점에서는 어차피 원가 정산을 해야 한다"며 "진행 중에 큰 폭의 원가변경을 감행하는 실익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일부 국가처럼 예정원가를 사용하지 말고 건축물 인도 시점에서 매출과 이익을 한 번에 반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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