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시중은행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여부 조사에 따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들은 CD 대체금리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 '단기지표금리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배제된 데 이어, 매월 열어오던 자금부서장 간담회도 CD금리 담합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은 데 따라 이달에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1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자금부서장 간담회는 참석 희망자가 한 명도 없어 취소됐다.

자금부서장 간담회는 오찬 형식의 간담회로 19개 은행의 자금 담당자가 참석한다.

은행측 참석자들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정부 시책과 자금전문위원회 소관 업무, 자금 관련 법안의 제ㆍ개정 현황 등을 청취하고 이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하는 형식이다. 통상적으로 매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고 난 1주일 뒤에 화요일과 금요일로 나뉘어 개최된다.

이달 회의가 취소된 표면적인 이유는 여름휴가에 따른 공석 발생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지난달 공정위가 CD금리 조사에 나서고 자금부서장 간담회가 담합의 창구로 지목되면서 곧바로 회의를 개최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시중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자금부서장 간담회는 담합과 전혀 관계가 없는 회의인데도 오해를 사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가 주축이 된 단기지표금리 개선 TF에도 배제됐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CD금리가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라 은행권과 TF를 구성해 은행연합회에서 회의를 열어왔다.

이 회의에는 전 은행이 참석해 CD금리를 대체할 후보로 코리보와 코픽스, 통화안정증권 금리, 은행채 금리 등을 올려놓고 장단점을 논의했다.

한은이 CD금리를 대신할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로 통안채를 제시했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보이는 등 논의는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지난달 공정위가 CD금리 조사에 나서며 금융위가 부랴부랴 한은과 금감원,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하는 TF를 새로 구성했고, 은행들은 회의에서 빠졌다. '민(民)' 주도에서 '관(官)' 주도로 바뀐 셈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 의견을 TF에 전달하는 형식이지만 은행들은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CD금리 담합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대체금리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더 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시중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공정위가 CD조사에 나선 데다 감사원의 가산금리 지적, 대출서류 조작 등으로 은행들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어 의견이 있어도 바깥에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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