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 속도 시장 예측 수준일 것"

"경제 어렵고 세수 남는다고 추경 쉽게 생각하면 안 돼"

"中 보복 심증 있지만 물증은 없어"…정부 입장 표명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그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독일 바덴바덴을 방문한 유 부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을 때를 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예전에 지정된 경험이 있어 안 가본 길은 아니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셰일가스 수입 등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용의가 있다는 것을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얘기했다. 미국이 그 점을 받아들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17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스티븐 므누신을 만나 우리나라의 환율 정책 원칙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일 전화통화로 첫 대화를 나눈 바 있지만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주조 변화와 저유가 등 구조적, 경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환율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되 급변동 등 예외적 상황에서 양방향으로 시장 안정 조치를 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환율 정책 원칙을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가 내달 의회에 제출할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설명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므누신 장관의 양자회담에서 환율보고서 결과에 대한 시그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안 했다"면서 "므누신 장관이 잘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서는 얘기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서는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일부는 이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이) 결정된다"면서도 "인상 속도는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고, 금리가 역전된다면 자금이 나가기 시작할 텐데 그렇게 될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1분기 지표를 포함해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유 부총리는 "경기를 부양한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추경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면서도 "그러나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구잡이로 경제가 어렵고 세수도 남았으니 추경해야 한다 이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제 성장률이 1분기에 잘 나왔는데 4월부터 곤두박질하면 추경뿐 아니라 무엇이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한령도 실체는 있지만, 법적 실체가 없다면서 법적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 간에 얘기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 측에) 메시지를 현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번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기간에 중국의 샤오제(肖捷) 재정부장(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의 거부로 만나지 못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측 간 일정이 맞지 않았고 중국 측에서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양자회담을 시도라도 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에 대해 유 부총리는 "일본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스와프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일본이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양국 간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데 대한 불쾌감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음을 보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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