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20원선으로 급락,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하락과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따른 원화 강세 기대로 역외투자자들의 달러 매도가 집중됐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0.80원 급락한 1,12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지난 10월10일 1,108.40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주말 동안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다녀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환율조작국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달러화 매도 심리가 확산됐다.

유 부총리는 G20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조작국 대비 관련 질문에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며 "안가본 길은 아니다.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날 장중 역외펀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달러 매도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달러화는 1,120.00원에 연중 저점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면서 싱가포르달러,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등 아시아통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21일 전망

외환딜러들은 달러화가 1,115.00~1,126.00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롱심리가 크게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수출업체들이 1,120원대에서 달러 매도에 나서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 매도가 많았다는데 채권, 주식 관련 외국인 투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여 조금 더 원화 강세 베팅이 나타날 수 있다"며 "1,120원선에서 실수요 차원의 매수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아래쪽이 우세해 보인다"고 말했다.

B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달러화 1,115원선까지 저점을 낮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역외투자자들이 롱스톱까지 나선 것과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1,120원대에서도 꾸준히 나온 점 등 달러화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만하다"고 말했다.

◇장중 동향

달러화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환율을 반영해 전일대비 1.80원 내린 1,129.10원에 출발했다.

장초반 달러화는 1,130원선으로 소폭 오르는 등 하방경직성을 보였다. 올해 연중저점이던 1,127.60원(2월24일 장중 저점)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달러 매도가 이어졌다.

G20재무장관회의 공동선언문(코뮤니케)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3년만에 삭제되면서 미국 위주의 흐름이 반영됐다. 아울러 유일호 부총리가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원화 강세 기대가 크게 확산됐다. 유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을 약 10분간 면담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점심시간 무렵 달러화는 역외 투자자의 달러 매도가 집중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달러 인덱스 하락에 기댄 역외투자자 매도에 달러화는 단번에 1,12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역외투자자의 강도 높은 숏플레이는 개입 경계심이 약해진 영향도 컸다. 이에 손절성 롱포지션 정리까지 일면서 달러화는 1,120원선을 터치했다.

외환당국은 역외 달러 매도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도 고강도 개입은 자제하는 양상이다. 한 외환당국자는 역외 매도를 언급하며 환율보고서 관련 원화 강세 기대와 달러 매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쏠림현상에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달러화는 이날 1,120.00원에 저점을, 1,130.40원에 고점을 나타냈다. 시장평균환율(MAR)은 1,124.50원에 고시될 예정이다.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쳐 67억5천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35% 내린 2,157.01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47억원 어치, 코스닥에서 476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12.66엔에,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27원에 거래됐다. 유로-달러 환율은 1.0762달러를 나타냈다.

위안-원 환율은 1위안당 162.5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저점은 162.57원, 고점은 164.11원이었다. 거래량은 한국자금중개와 서울외국환중개를 합쳐 149억3천3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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