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정부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좌초 위기를 맞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9천억 원의 혈세를 새로 투입하기로 23일 결정했다.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4조2천억 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서 "추가 지원은 절대로 없다"고 호언장담한 지 불과 1년 5개월 만이다.

기업구조조정 난맥상에 대한 지적이 일자 부랴부랴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장관급으로 구성된 산업경쟁력 강화회의라는 구조조정 전담 협의체까지 만들었지만 결국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파산에 이어 대우조선에 추가로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대응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자금 2조9천억 원을 포함, 채권단과 사채권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총 6조 원이 넘는 유동성 지원에 나서더라도 글로벌 조선 시황 악화와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이 지속하는 한 결국 혈세를 투입한 연명치료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대우조선에 혈세를 다시 투입하기로 한 것은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일차적인 이유다. 추가로 돈을 넣지 않으면 좌초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당장 내달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4천400억 원의 회사채를 대우조선 자력으로 막을 방법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시그널은 올해 초부터 지속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4월 위기설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수차례 밝혀왔지만, 시장 심리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많았다.

4월 위기설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우리 경제의 대내외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핵심 이슈였다.

결국,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혈세 투입이었다. 독(Dock)을 줄이고, 인력을 대거 감축하며 불필요 자산에 대한 대거 매각 등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2015년 10월 4조2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예측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의미한다.

당시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지난해 수주목표를 115억 달러로 가정했지만 실제 신규 수주액은 15억4천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쳐 수주목표를 절반 수준인 62억 달러로 낮췄음에도 실상은 비참한 결과뿐이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소난골사의 드릴쉽 등 예정된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면서 작년에만 1조6천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고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총 2조8천억 원의 자본을 확충해줬지만 2조7천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부채비율이 2천732%로 치솟고 자본이 5천208억 원으로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살아났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4조2천억 원 중 남은 돈은 고작 4천억 원밖에 없는 상황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대우조선은 4월을 포함, 올해만 총 9천400억 원의 회사채를 막아야 한다. 기업어음(CP)을 포함할 경우 내년까지 대응해야 하는 사채는 총 1조5천5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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