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1,130원대에서 레인지를 형성하면서 수출업체들의 래깅(Lagging)전략 구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래깅 전략은 달러화가 오를 가능성이나 기업 내부의 계획에 따라 헤지 시점을 늦추는 것을 말한다.

기업전담(코퍼레이트) 딜러들은 24일 최근 달러화 하방경직성이 탄탄하게 나타난 것은 레인지 장세를 인식한 수출업체들이 네고물량 출회를 늦추거나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공업 네고물량 급감 = 기업전담 딜러들은 특히 중공업체 선박 수주 관련 달러 매도가 올초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7월에 8억달러 규모의 대형 수주를 했음에도 내부 지침으로 헤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조선사 수주 관련 네고물량이 1분기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중공업체 네고물량이 한 달 이상 거의 나오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가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수출업체들도 달러 매도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B은행의 한 코퍼레이트딜러는 "조선사 관련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달러화 하락 압력을 완화시킨 요인 중에 가장 큰 부분일 것"이라며 "1분기에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대형 수주를 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수요는 1~2개월물로 단축 = 수출업체와 달리 수입업체 결제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결제수요 물량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으나 달러매도 압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현상 유지만으로도 환율에 하방경직성을 준다고 딜러들은 설명했다.

수입업체들은 레인지 장세에 유산스(Usance;기한부외국환어음)를 단축시키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다.

C은행의 다른 한 코퍼레이트딜러는 "수입업체들은 통상 헤지를 안하고 현물환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많다"며 "선물환으로 하더라도 과거에는 3개월물 이상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1~2개월물 정도로 짧게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양적완화(QE3)에 나설 경우 달러화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기한을 짧게 두고 대응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9월 이후 수출업체 물량 본격화 가능성" = 코퍼레이트 딜러들은 최근 수출입업체의 물량 유입이 저조한 데는 계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름휴가 시즌인데다 하반기 전략을 세우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달러화가 1,125.00~1,135.00원 박스권에 갇히면서 굳이 적극적인 헤지를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하반기 수출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은 점도 적극적인 헤지에 대한 부담을 줬다.

D은행의 또 다른 한 딜러는 "휴가철이 겹치고 이달말 하반기 헤지 전략과 운용 계획을 세우는 업체들이 많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안정 대책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QE3 가능성 등 대형 이슈가 대기중인 만큼 헤지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와 미국 QE3모멘텀이 남아있어도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9월에 가서는 달러화 보합권이나 하향 가능성을 열어두며 수출업체들도 물량 출회 시점을 적극적으로 잡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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