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 이슈가 지속되면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중장기 우량채의 주요한 투자주체였던 국민연금 등이 회사채 발행시장에 발길을 '뚝' 끊으면서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결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13일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을 둘러싸고 손실분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 들어 주요 연기금들의 회사채 투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주요 투자자들의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특히 중장기 회사채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보험권과 연기금 등의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자 우량채 중장기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자산 운용사 등의 수요가 집중되는 단기물과 달리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를 원하는 기관들이 선호하는 물건이었던 셈이다.

아울러 중·장기물 발행을 통해 차입구조를 안정화하려는 기업들의 전략과 맞물리면서, 연초 중장기 회사채들은 금융시장에서도 무난히 소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점증하자 장기물 발행여건도 '악화일로'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한 SK E&S의 경우 5·7·10년물의 발행 스프레드가 개별민평을 상회한 9bp, 10bp, 10bp에서 결정됐다.

SK가스는 3년물의 발행 스프레드는 개별민평을 하회한 -2bp로 확정한 반면, 5년물은 8bp 수준까지 튀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도가 우량한 덕분에 수요 확보에는 무난히 성공했지만, 장기물 투자 기관들이 줄어든 점이 금리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전과 달리 들어온 주문들도 밴드 상단을 중심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올 초 분위기와 견주면 정반대로 변한 셈이다.

앞서, 지난 2월 3·5·7년 만기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기아자동차는 5년물(발행 규모 2천억원)에서 5천100억원, 7년물(500억원)에서 2천500억원의 주문을 이끌어냈다. 반면, 3년물(500억원)에는 1천300억원의 수요만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의 5·7년물 발행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증액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개별민평을 하회하는 -3bp에서 결정됐다.

대세로 굳어진 3년물을 과감히 제외한 에쓰오일은 만기를 5·7·10년물로만 구성해 투자자를 찾은 경우다. 당시 에쓰오일은 총 7천300억원의 기관 주문을 확보하면서 발행 스프레드를 -1bp, -2bp, -13bp로 확정할 수 있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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