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강수지 기자 = 물가채 저평가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서 고질적인 가격 왜곡 문제로 번졌다. 채권시장에서는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제도를 변경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물가채 입찰과 교환, 유통 방식 등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채권시장과 당국이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머리를 맞대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당분간 물가채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어질 전망이다.

◇ 채권시장 "제도 개선 없이는 가격 왜곡 지속"

한국의 BEI(Break Even Inflation)는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2.4%로 한국(2.2%)보다 소폭 높다.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1.5% 상승하면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이들 국가의 BEI는 이미 100bp를 훌쩍 뛰어넘었다.

18일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화면번호 8888)에 따르면 전일 미국 BEI는 191.9bp, 프랑스 BEI는 131.5bp, 독일 BEI는 114bp를 나타냈다. 한국 BEI는 72.9bp에 그쳤다.







채권시장은 물가채 활성화를 위해서는 물가채가 적정 가격을 프라이싱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현행 물가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채 인수가 PD제도 가점에 들어가다보니 증권사들이 일단 물가채를 인수한 후에 보유하지 않고 시장에 매도하면서 물량이 쏟아지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물가채를 담으려는 수요는 한정된 반면 물가채는 매월 발행이 이어지면서 수급 왜곡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은 PD가 시장조성이라는 의무를 원활하게 하려면 물가채를 헤지할만한 수단이 필요한데, 국내 채권시장의 상품이 다양하지 않아 헤지할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물가채가 비경쟁인수방식으로 발행되면서 물가채 발행량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물가채 발행이 예측가능해야한다고 채권시장은 진단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가채가 유동성이 낮고 헤지수단이 적기 때문에 PD들은 기본적으로 물가채를 들고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운용사나 보험사 등에서 보유하게 되는데, 지금처럼 BEI 변동성이 수급상 이유 등으로 왜곡되면 단기적으로 물가채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고, 수급의 악순환이 된다"고 지적했다.

◇ 당국 "물가채 문제점 충분히 인식…시장 의견 듣겠다"

당국도 물가채를 둘러싼 여러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 개선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당국이 입찰방식으로 물가채를 발행했다가 발행이 중단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당시에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있을 때는 수요가 있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낮아짐과 동시에 물가채 보유자에게 부담이 커졌었다.

현재 당국은 물가채 활성화를 위해 물가채 비지표물을 지표물로 교환·발행하고 있다. 또한 PD에게 물가채 발행에 따른 가점 제공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 물가채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는 중이다.

당국 관계자는 "물가채가 다른 국고채와 달리 유동성이 적다는 점도 알고 있고, 현재 물가채 발행과 교환 방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 또한 인식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는 많이 하고 있지만 시장과의 의견수렴도 더 해야하는 등 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당국과 시장은 물가채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머리를 맞대도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당국 입장에서는 물가채에 대한 시장의 여러 인식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면서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만한 묘안을 제시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물가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제일 먼저 필요하고, 물가채의 고질적인 왜곡을 바로잡아야만 기관들이 손절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된다"며 "기재부가 적절하게 나서서 물량 조절이나 정책적 노력 등 운용의 묘를 살려야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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