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이번달 들어 서울 채권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채권금리와 채권 강세 재료 실종 등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4월 들어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국내 채권금리 변동성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25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추이(화면번호 4512)에 따르면 4월 들어 국고채 10년물 금리 변동폭은 11.4bp였다. 같은 기간 미국채 10년물 금리 변동폭인 20.41bp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국고채 10년물 금리변동폭이 16.8bp, 미국채 10년물이 24.94bp였던 점을 감안해도 변동성 축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최근 6개월간 한·미 10년물 금리 추이(단위:%)>

시장참가자들은 국내 채권금리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당시 급등한 이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4월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내 채권금리 등락을 더욱 제한했다. 글로벌 금리가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에 하락하는 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당사국인 한국은 금리가 박스권을 뚫고 내려가지 못했다.

증권사 채권운용팀장은 "방향성 부재는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며 "금리가 박스권에 갇히다 보니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들어 리스크온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고 지금 시장에는 금리 상승 재료가 더 많아 보인다"며 "하락 재료로는 미국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정부가 셧다운될 가능성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주요 매수주체인 투신사와 보험사가 채권 매수에 나서지 않는 점도 박스권 금리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신권 자금은 채권형 펀드로 안 들어오고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는 금리가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사려는 것인지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장기채 비중을 확대하려는 만큼 보험사가 이를 확인하고 매매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며 "지난 1분기에는 보험사들이 해외유가증권투자를 많이 늘렸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장참가자들은 5월 연휴가 지나고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거래에 활기가 돌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는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5월 연휴를 앞둔 점도 이번주 금리 변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며 "최장 11일간의 연휴가 있어 포지션 없이 마음 편히 쉬자는 투자자들 심리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연휴가 지나면 변동성이 생길 것으로 본다"며 "대선 이후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해 활기를 띨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채금리가 딱히 움직일 조짐을 보이지 않아 방향성 잡기 애매한 시기다"며 "미국 금리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급락하고 프랑스 대선 불확실성 해소로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인데,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당사자라 금리가 내려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여건도 나쁘지 않고 신정부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어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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