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정유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원가절감'이 국내 정유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유업계도 원유도입처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한 탓에 정제마진의 '일관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진 점이 정유사들의 원가절감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수송 기술 개선과 설비 효율화, 원유 가격이 평준화 흐름을 보이는 점 등이 맞물리면서 원료 선택의 폭은 되레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석유공사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지난 1분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러시아 등 총 11개 국가에서 원유를 수입했다.

아울러 업계 라이벌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각각 12곳과 8곳의 국가에서 원유를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모회사인 아람코와의 장기 계약에 따라 대부분의 원유를 사우디에서 수입하는 에쓰오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유사가 도입처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유를 도입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본업인 정유사업의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을 공유하는 만큼 실적의 방향성이 비슷했던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원가절감이나 설비 효율화 등의 부수적인 측면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계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중요시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도입처 다각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이익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제마진은 생산된 제품의 가격에서 원유나 컨덴세이트 등 원료의 도입 단가와 각종 변동비를 제외해 산출된 수익성 지표를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원유 도입 단가와 변동비 등에 대한 관리 역량이 차별화 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제품의 판매 가격은 싱가포르 트레이딩 시장에서 수급을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원유의 경우 판매 가격과 운송 비용, 보유 설비 등을 감안하는 만큼 선택의 여지가 비교적 큰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서부택사스원유(WTI)와 두바이유 등의 대표적인 유종들 외에도 글로벌 시장에는 다양한 종의 원유가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러시아 우랄산 원유 100만배럴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중동산 원유를 중심으로 극동 러시아나 동남아, 미주 등을 일부 포함했던 기존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간 축적해온 유종들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황 및 생산설비와의 수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S칼텍스는 올해 초 200만배럴 규모의 멕시코산 원유를 도입한 데 더해 러시아 우랄산 원유 70만배럴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도 멕시코산과 영국 북해산, 미국산 등으로 원유 도입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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