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글로벌 인수·합병(M&A) '출사표'를 던진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설비증설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슈퍼 사이클'의 영향으로 투자를 위한 '실탄'이 넉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자금 여건은 확보된 반면 야심 차게 추진했던 글로벌 M&A 등이 차질을 빚은 점이 대규모 설비증설에 뛰어든 배경이라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3천700억원을 투자해 울산 MeX(Meta Xylene) 제품 공장과 여수 PC(Polycarbonate) 공장의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MeX의 증설을 통해 고수익 제품인 PIA(Purified Isophthalic Acid)의 원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하려는 의도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여수 에틸렌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t 규모에서 120만t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투입되는 금액은 3천억원에 달한다.

내년 하반기를 준공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ECC) 공장에는 총 2조9천억원이 투입된다. 준공이 다가오는 만큼 롯데케미칼은 올해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올해 시설투자(CAPEX) 규모를 지난해보다 39.6% 정도 증가한 2조7천600억원으로 결정했다.

기존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은 물론 신사업 육성에도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주력인 기초소재 부문의 사업구조 고도화에는 8천억원이, 신사업인 전지 부문에는 9천억원 정도가 각각 투자된다.

앞서 LG화학은 대산 납사분해시설(NCC) 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을 23만t 증설하기 위해 총 2천870억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대산 POE 공장과 화남 ABS 공장 증설에도 각각 3천500억원과 1천300억원가량을 쏟아붓는다.

한화케미칼의 지분법 적용 자회사인 한화토탈도 증설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한화토탈은 지난달 NCC 사이드 가스 크랙커와 가스터빈 발전기(GTG) 증설에 총 5천4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생산량을 140만t, 106만t으로 늘려 향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비하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자금 상황을 바탕으로 국내 석화업계가 증설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급락 등의 이슈로 한동안 글로벌 설비 증설은 뜸했던 것에 비해 수요는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안정적인 수급 밸런스를 바탕으로 석화업계의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쌓아올린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들어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지속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 각각 7천969억원, 8천14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한화케미칼 또한 1천966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유례없는 호황이 찾아온 덕분에 상각 전 영억이익(EBITDA) 또한 우수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신용등급 측면에서도 안정성이 확보된 만큼,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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