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한 달 반 만에 1,100원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 약세가 더욱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1일 달러-원 환율이 1,150원대에서 1,110원대로 하락한 것은 미국 긴축 중심의 흐름에서 유럽 등 주요 선진국 긴축 기조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데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 기대와 롱포지션 정리, 외환당국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경계 약화 등의 영향이 크다고 봤다.

그동안 미국 금리인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유자산 축소가 이끌던 달러 강세 기조가 일단락될 가능성도 있다.

◇물가 부진에도 미국→유럽으로 긴축 중심 이동

미국에서 유럽으로 긴축 기조의 중심이 옮겨간 파급 효과는 크다.

물가 부진이 미국은 물론 유럽의 통화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긴축 기조 자체를 되돌리지는 않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준의장이 지난 13일 "물가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서울환시에서 달러화 상승세는 꺾였다.

시장에서는 옐런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이라고 해석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를 예상했다.

달러화가 1,150원대에서 1,120원대까지 하락하는 과정에서 유럽중앙은행(ECB)가 긴축을 예고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올 가을쯤 양적완화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해 하반기 유럽이 긴축모드로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달러화 반등 여력 부족에 롱스톱

달러화가 장중 1,120원선을 무너뜨린 것은 달러화 반등세를 이끌 요인이 부족했던 것도 한 요인이다.

이는 달러화 반등을 기대하고 롱포지션을 구축한 시장 참가자들의 롱스톱을 불러왔다.

오후 들어서도 글로벌 달러 약세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어서다.

유로-달러 환율은 1.16달러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달러-엔 환율은 111.83엔대로 하락했다.

엔-원 재정환율도 100엔당 1,000원선이 무너지면서 한때 999원대로 떨어졌다.

달러화 1,120원선 지지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롱포지션을 보유할 여력이 없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오전에 글로벌 달러 약세가 조정을 받으면서 되돌렸던 부분이 1,120원선이 뚫리면서 한꺼번에 내린 듯하다"며 "1,120원선 저항을 의식하던 참가자들이 역내외 롱스톱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스무딩 약화, 기조적 달러약세 가능성

달러화 1,120원선에서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나 개입 의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도 변수다.

오전중 1,120원대에서 반등한 것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유로-달러, 달러-엔 환율 흐름 등에 따른 자율적 조정이었다.

그만큼 외환당국이 강도높게 1,120원선을 막을 것이라는 인식은 없다.

최근의 달러화 하락이 역내외 수급 쏠림이나 투기적 흐름에 따른 하락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전일대비 변동폭이 10.00원을 넘어서지 않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명분이 없다.

이에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1,120원선에서 네고물량에 달러화 반등이 여의치 않자 일제히 방향을 돌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1,110원대로 하락하면서 향후 기조적으로 약세로 갈 가능성도 열어두기 시작했다.

다른 은행 외환딜러는 "1,115원선이 유의미하게 깨질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연저점 부근에서 외환당국 스무딩오퍼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있어 추가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달러인덱스도 급락했고, 외국인 채권자금 재유입, 주식순매수 등 자금 유입의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기조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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