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에 10원 이상 급등했다.

9일 연합인포맥스 일별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전일대비 10.00원 이상 급등한 것은 지난 6월16일 10.00원 상승 이후 약 두 달 만에 처음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53분 현재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10.10원 오른 1,135.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북한 리스크가 10원 이상 반영된 것은 북·미 갈등 고조에 따른 자본이탈 우려, 달러 약세 되돌림 과정에서의 포지션 전환 등의 영향이 컸다고 봤다.

◇북·미 갈등 고조에 투자심리 악화…자본이탈 우려

북한과 미국의 군사적 갈등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서울외환시장에는 리스크오프(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패닉을 보이지 않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거둬들일 경우 달러-원 환율은 급등할 여지가 있다.

이날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은 2천3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슈가 불거진 후 꾸준히 주식 순매도를 보이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약 2~3거래일간은 소폭 순매수로 돌아선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령 괌에 포위사격을 한다고 선언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서울환시에서 역외투자자의 리스크회피성 달러 매수와 더불어 주식역송금까지 합쳐진다면 달러화가 상승폭을 키울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되돌림 빌미 찾던 시장에 北리스크 '불쏘시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 반등 빌미를 찾던 외환시장에서 북한 리스크는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고 봤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초 북한 ICBM 이슈에 1,150원대로 오른 후 글로벌 달러 약세에 1,110원대로 급락한 바 있다.

달러화가 연중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과정에서 매수 심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추격 매도와 추격 매수 모두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방향성을 보일 여지를 찾은 것으로 인식했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북한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핵 리스크가 예전과 달라졌으며 과거보다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매수에 엔화 매수 동반 가능성…네고물량도 주목

외환시장에서 이처럼 리스크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는 물론 엔화 강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될 수록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달러-엔 환율은 110엔대에서 109엔대로 1빅 넘게 급락했다. 엔-원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대에서 1,030원대로 급등했다.

BoA메릴린치는 지난주에 내놓은 FX 주간 보고서에서 리스크회피 상황에서 엔-원 재정환율 매수에 나설 것을 권했다.

BoA는 "달러-원 매수보다 엔-원 매수가 더 나은 헤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리스크 환경에 대한 헤지이자 달러화에 대한 단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남아있지만 달러-원 롱포지션은 한국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환시에서 달러화가 급등한 여파로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달러화는 1,130원대로 오른 후 상승폭이 유지되는 형국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도 달러-원 단기 고점은 1,140원선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다.

또 다른 외환딜러는 "북한이 미국과 전시상황을 조성한다고 해서 얻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네고물량이 상당히 많은 상태로 단기간 내에 추가적인 북한 리스크가 없다면 달러화가 되돌림을 보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