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출범 100일째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구호 아래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 소득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까지 이뤄낼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큰 그림 차원에서다.

이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총 178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재원조달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세수 자연증가분 60조 원과 세출의 강력한 구조조정 등 장밋빛 전망에 기반을 뒀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적받아 온 비구체적 재원 방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늘리며, 노인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등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복지 정책도 잇달아 쏟아냈다.

조세ㆍ재정 및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족한 재원 방안에 한계를 노출한 뒤, 결국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보편적 증세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건보ㆍ기초 생보ㆍ최저임금 1만 원 등 잇단 재정 투입 계획

정부는 지난 9일 건강보험 보장률을 63%에서 2022년까지 70%로 인상하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2022년까지 예상 재원 30조6천억 원 가운데, 10조 원은 건보 적립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국고 지원 및 건보료 인상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정부는 건보료의 경우 과거 10년 평균 인상률 3.2%로 제한하겠다면서도, 연도별 국고 지원 규모와 건보료 인상 등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건보료 급등 우려도 나오고 있고, 2023년 이후의 재원 방안이 없다는 점에도 비판이 가해진다.

무엇보다 건보 문제는 178조 원으로 제시된 5년간의 국정과제 재원에 전부가 포함되지는 않아, 문재인 정부의 재정투입 규모는 지속 커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10일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수급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9조5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국가과제에 필요한 178조 원에 반영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조8천억 원을 들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 단가를 월 20만 원에서 단계적으로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도 내놓겠다고 했다.

앞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되면서, 정부는 3조 원 내외의 인건비를 매년 재정에서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5년간 필요 재원은 현시점에서 봤을 때, 국정과제 178조 원에 최저임금과 건보 등을 포함해 총 2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200조 재원 마련 방안 순탄할까

16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일단 정부는 향후 5년간 투입할 178조 원을 세입 확충으로 82조6천억 원,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 원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고소득자와 과세표준 2천억 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증세'로 5년간 27조5천억 원을 조달하는 등의 세부 방안을 내놓았지만, 국정과제 수행에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세입 부문에서 세법개정안 효과를 제외하고, 세수의 자연증가분 만으로 60조5천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걷힌 세수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조 원이 증가하는 등 세수여건은 호황이라 볼 수 있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8조8천억 원도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고,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 기대처럼 세수 호조세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많다.

작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2020년 국세수입 전망'에서 국세수입 연평균 증가율을 정부 전망 4.5%보다 크게 낮은 3.9%로 전제한 바 있다.

정책처는 "최근 세수 실적 개선은 경기적 요인보다 자산시장 호조 등 일시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세출 절감으로 95조4천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60조2천억 원을 조달하겠다며, 각 부처에 재량지출 10% 감축 방침을 내렸다.

내년 예산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당초 계획 9조 원 대비 확대한 11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량지출 10% 감축과 37조 원 세출 구조조정 계획이 있었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일자리 관련 재정지출과 복지 확대 등을 고려하면 세출 구조조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8~9월 예정된 2018년도 예산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한층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대규모 국채발행 전망"…보편적 증세 카드도 유효

채권시장에서는 재원 마련 차원에서 국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드세지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부부처가 제출한 내년 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6% 많고, 당장 내년부터 공약이 이행돼야 해서 국채 순증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국채 발행 규모는 총 120조 원, 순증액은 6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2016년 국고채는 101조1천억 원 발행됐고, 이중 순증 규모는 31조8천억 원이었다. 올해 계획은 103조7천억 원이고, 순증은 37조6천억 원이다.

기재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세수결손 등 예기치 못한 경제 상황 발생 시 한도 내에서 국채 발행을 탄력 조정하는 등 안정적 재원조달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핀셋 증세를 넘어 보편적 증세 카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하다.

국민개세주의를 토대로 과반에 육박하는 근로소득자 면세비율(46.5%)을 손봐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증세 주장이 있는데, 정부도 이런 부담을 인식하고 있다"며 "하반기 구성될 조세재정개혁 특위의 논의 사항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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