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이동, 대화창 오류에 두 차례 무산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새로운 채권거래 플랫폼인 케이본드(K-bond)로의 이동이 두 차례 무산되면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불편과 불만도 커졌다.

23일 금융투자협회와 채권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전일 기존 플랫폼에서 케이본드로 전격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개장 전 참여자들이 대화방(호가나 정보를 주고받는 단체 채팅방)의 문제를 발견하면서 예전 메신저로 다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전일은 개장 직전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장 초반 변동성이 컸던 시장이라 참여자들이 더욱 애를 태웠다.

케이본드는 장외채권거래시스템 및 메신저로 기존 프리본드(Freebond)의 동시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몇 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 보완 후에도 같은 문제 반복…시장은 '분통'

시장 참가자들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새로운 메신저에 오류가 생기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개장을 전후해 호가와 뉴스를 시장에 뿌리는 중개인들의 불만이 컸다.

지난달 31일 본격 개장한 케이본드는 첫날부터 대화방이 열리지 않아 약 3주간의 보강 기간을 거쳤다. 이후 금투협은 이달 22일 프리본드를 중단하고 케이본드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전일도 대화방에 대화가 입력되지 않거나, 같은 내용이 2~3번씩 반복되는 등의 오류가 나타났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오류가 날 수는 있지만, 보완 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분노를 샀다"며 "특히, 케이본드 론칭 당시 미리 가입하지 않으면 친구 목록이 연동되지 않는다거나, 특정 시점부터 단독으로 케이본드만 사용하겠다며 금투협이 다소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불만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일은 장이 초반부터 밀리는데 호가 대응이 안 돼 거래를 할 수 없었다"며 "심지어 케이본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관리자가 누군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중개인도 "시간을 들여 보수했음에도 대화 내용 입력이 안 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며 "과거 케이본드에 관한 홍보기사가 시장에 돌면서 내실보다는 언론홍보에만 치중하는 모습에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불평을 자제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대처하는 금투협 태도도 문제가 있었지만, 참여자들도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성숙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협회에서는 '갑질'이 아닌 시장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대화방에 문제가 있어 전산실에서 프로그램상 문제가 있는지 원인을 파악 중이다"며 "당분간 프리본드와 병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을 새로 오픈하면 약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시장에서도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일반 메신저와 다르게 채권거래와 관련한 프로그램도 함께 짜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케이본드 공지사항에 안정화까지 프리본드와 병행해서 가동한다고 밝혔다. 케이본드 단독 가동 시기는 미정이다.

◇ 제한된 가입 조건에 채권평가사 `불만'

금투협이 케이본드 가입 자격에 제한을 둔 점도 논란이었다.

그날 시장에 나온 호가로 예상 종가를 평가하는 채권평가사는 직접 채권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할 수 없었다.

채평사들은 공문을 보내 한 회사당 아이디 4개씩을 할당받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 채평사 관계자는 "채평사 별로 제한된 아이디를 받았지만, 그마저도 호가방에 접속이 제한돼 시장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채평사뿐만 아니라 시장 조성에 영향을 주는 기관에도 필요한 아이디 개수를 물어 열어줬다"며 "호가방은 금투협이 아니라 방장 권한이고 시장 호가도 채평사에 다 보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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