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만남은 두 기관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엇갈릴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특히 곰탕 회동, 와인 회동 등 두 수장의 식사 메뉴가 바뀔 때마다 회동의 별명도 바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13일 회동 메뉴는 한식 백반이었다. 별도의 술은 없었다.

식사는 한은이 삼성본관으로 이사중인 관계로 구내 식당을 담당하는 '고메푸드'라는 중소기업이 준비해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은 관계자는 "메뉴는 두 기관 모두 김영란법 규정을 지켜야 하는 점을 고려해 더덕 불고기와 갈치구이 등으로 이뤄진 3만원 이내의 백반 정식을 마련했다"며 "한은에 외빈이 방문할 때 통상적으로 내는 메뉴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파를 넣어준' 곰탕회동

부총리와 한은 회동 메뉴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곰탕이었다. 지난 2013년 6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가 하동관에서 조찬회동을 하면서 메뉴로 곰탕을 택했을 때 뒷말이 무성했다.

곰탕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지만 한국판 패스트푸드로 볼 수도 있어서다. 특히 현오석 전 부총리가 김중수 전 총재의 곰탕 그릇에 다진 파를 넣어주는 장면을 두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제스추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다진 파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데 이를 기재부 수장이 마음대로 한은 수장의 곰탕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금리인하를 둘러싼 두 기관의 신경전이 펼쳐졌기 때문에 파의 의미가 일파만파 퍼졌다.

이처럼 두 수장의 껄끄러운 관계가 주목받으면서 식사시간이 길지 않은 '곰탕'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두 수장은 30분간 배석자 없이 곰탕을 먹었다.

대화는 주로 미국 양적완화(QE) 조기 종료에 대한 대처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대처는 물론 고용률 제고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한 거리'를 두는 한식 회동

이후 회동 메뉴는 한정식으로 바뀌었다. 2014년 7월에 최경환 전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전복죽을 먹었다.

조찬이 간단한 한식 코스로 이뤄지면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두 기관의 관계를 고려한 메뉴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이 때도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맞물렸던 시기였다.

그만큼 한식 코스 메뉴는 두 수장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줬을 것으로 예상됐다.

회동 이후 최경환 전 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확대됐다. 금리인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해도 관련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은 바로 다음달인 8월에 금리인하에 나섰다.

◇'3만원 김영란법 지킨' 백반 회동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의 회동 메뉴는 한식 백반이었다. 두 사람 모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서 깔끔하고 간편한 메뉴라 할 수 있다.

이번 회동에서는 갈등이 주목받던 과거와 달리 미국 금리인상이 두 기관의 공통 관심사였다.

회동 이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이 임박해 있기 때문이었다.

김 부총리는 회동 직전 경제장관회의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주열 총재도 "양적완화의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을 의식한 발언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회동 내용에 대해 "새정부 출범과 함께 보다 긴밀하게 상호협력해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policy-mix)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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