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지난해 10월 공모채 발행 당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수요예측 '전량 미달'이라는 수모를 겪었던 대한항공이 와신상담 끝에 회사채시장을 다시 찾는다.

지난해 10월 우여곡절 끝에 1년물로 발행했던 1천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내달 돌아오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BBB'인 탓에 단기물 외엔 대안이 없었다는 점이 대한항공의 주머니 사정을 빡빡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만기를 1년6개월로 정해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24일 회사채 만기를 맞는 만큼 내달 중순까지 회사채 발행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투자자 확보를 위한 수요예측 절차는 다음달 11일께 실시된다.

그간 대한항공은 매번 투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발행된 1천500억원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전량 '미달'이라는 굴욕도 겪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미달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계열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높은 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적인 고금리 메리트를 노린 개인투자자를 위한 리테일용 수요는 꾸준하지만, 보험사와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서 실시한 수요예측들도 비슷한 이유로 좌절됐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미달을 지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여섯 차례 연속 미달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심화, 중국발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신용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다만, 리테일용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큰 점은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정적' 꼬리표를 통해 향후 추가 하락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말 대한한공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낮췄다.

한편, 부채비율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대한항공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올해 초 4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삼수' 끝에 3억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에도 전체적으로 항공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더욱이 한진해운과 관련된 손실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부채자본시장(DCM)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예상을 깨고 투자자 확보에 성공하는 등 BBB급에 대한 기관들의 인식도 달라진 측면이 있다"며 "리테일 수요가 증가한 만큼 미매각 우려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월 300억원의 수요예측을 실시했던 아시아나항공도 총 48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리테일용 회사채 물량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의 수요를 고려해 최종 발행물량을 180억원 증액한 바 있다.

j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