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딜러들이 최근 스와프시장에서 나타난 외국계은행의 북핵 리스크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차례의 북한 도발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왔음에도 한국 원화에 대한 리스크회피 심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22일 한 은행 베테랑 외환딜러는 "북한 리스크에 예민해진 외국계은행들이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을 팔지 않고, 원화 보유 한도를 줄이는 것은 리스크가 복합적인 상황에서 적합한 액션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북한 리스크가 해소되고 나면 현 시점이 오히려 투자 기회였다는 점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은행은 북한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은행별로 내부 리밋을 조정하고, 기존의 원화 익스포저도 줄여가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종전에 대규모로 해왔던 셀앤드바이 포지션을 축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거래를 자제하기로 했다

베테랑 딜러들은 이런 움직임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딜러는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400원 가까이 폭등했을 때 셀앤드바이(sell & buy, 비드) 스와프포지션을 보유한 외국계은행은 코리아 익스포저가 커졌다"며 "환율이 오른 만큼 선물환 잔액이 늘면서 한국 익스포저 한도가 다 차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 외국계은행들이 셀앤드바이 스와프포지션에서 환율 급등으로 오른 금액을 국내은행으로부터 받을 때 원화 대신 달러로 받으면서 시중은행들은 외환예치금을 급격히 늘려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달러-원 환율이 더 급등하면서 스와프 라인이 막히고, 정부가 나서 달러 예치금을 못받게 한 적이 있다"고 외국계은행들의 경험을 언급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외국계은행이 선제적으로 원화 보유 한도를 줄여 북한 리스크에 대한 익스포저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추정이다.

그럼에도 베테랑 딜러들은 외국계은행이 북한의 도발과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다른 헤지 방안을 택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리스크에도 국내 증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달러-원 환율 역시 레인지 장세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주식, 채권시장에서 손절성 매도에 나설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 베테랑딜러는 "만약 북한 리스크로 크레딧 크런치가 와서 시장이 망가지면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외국계은행은 그야말로 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 땅에 있는 셈"이라며 "하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한다면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 매수 등을 통해 헤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다른 한 딜러는 "CDS 헤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서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전쟁이 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CDS프리미엄으로 국가 부도 상황을 누구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계은행들이 북한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내부 리밋을 조정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외화유동성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리스크가 해소되면 점차 해소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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