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북한 리스크가 잠재된 상황에서 오히려 1,120원대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5일 달러화가 하락한 것은 북한 리스크 소강 국면, 추석 연휴를 앞둔 네고물량과 롱포지션 정리 등의 영향이 컸다고 언급했다.

◇북·미 설전에 롱심리 약화

북한과 미국 간의 고강도 말씨름이 이어지는 점은 도리어 외환시장에 학습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과대 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미국인들에게마저 고통을 불러오는 최고 사령관,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악의 대통령) 등으로 지칭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입국 금지 대상에 북한을 추가하는 한편, 북한 외무상 연설에 대해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시 참가자들은 실제 북한의 도발 이슈가 아니라면 굳이 롱베팅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설전이 길어지는 것은 액션으로 이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 리스크에 베팅해 롱플레이를 했다가 자칫 리스크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면 타격이 크다는 계산도 한 몫했다.

◇열흘 추석 연휴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 부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진 점도 달러 매도의 변수가 됐다.

달러화는 3거래일 연속 1,133원.00원에 개장가를 찍었다. 그만큼 북한 리스크에 따른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장중 포지션플레이가 주춤해지고,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우위를 보이면서 달러화는 점차 하락폭을 키웠다.

이에 1,130원선은 별다른 저항 없이 무너졌다.

환시 참가자들은 북한 리스크에 따른 롱플레이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역내 수급이 공급 우위로 돌면서 달러화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네고물량이 오전부터 계속 나오면서 롱스톱이 가세해 1,130원선이 뚫렸다"며 "북한 리스크를 역외투자자들이 어떻게 해소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1,120원대 중반 부근에서는 역내 수급이 매수 우위로 전환될 수 있어 하단이 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휴 앞두고 1,120.00~1,140.00원 레인지 예상

외환딜러들은 북한과 미국간에 강경 발언이 오가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추석 연휴가 다가올수록 달러화는 1,120.00~1,140.00원 사이의 레인지 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연휴를 앞두고 포지션을 가볍게 가져가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달러화가 정체된 흐름을 보일 수 있어서다.

롱플레이를 하지 않지만, 반대로 숏플레이 역시 부담이 커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기는 어렵다고 딜러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네고물량이 언제까지 우위를 보일 수는 없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1,120원대 중반에서 국민연금 등의 해외투자 관련 달러 매수가 유입되면 달러화가 하방경직성을 보일 수 있다.

추석 연휴가 다음주로 바짝 다가오면서 역내 수급 중심의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딜러들은 예상했다.

다만, 1,120원선에 다가서면 역내 수급이 공급 우위에서 수요 우위로 전환될 수 있다고 봤다.

B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1,140원선에 근접했을 때 예전같았으면 롱포지션을 털지 않고, 추격 매수했을 시장 참가자들이 네고물량을 의식하면서 되밀렸다"며 "아래쪽 역시 1,120원선까지 열어두겠지만, 레벨이 낮아지면 외환당국, 공기업 달러 매수 등으로 역내 수급이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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