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초대형 IB(투자은행)에 신용공여 기능을 제공할 경우 사실상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IB 육성 방안의 당초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자사의 전철을 밟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하영구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대형 IB에 신용공여 기능을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것과 관련, "적어도 신생 혁신기업에만 공여하라고 명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제공하는 것과 여신은 다르다"며 "증권사 보고 그런 것을 하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명분과 실제가 맞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하면) 자본금 4조 원인 초대형 IB의 여신 공여 규모는 8조 원까지 갈 수 있다"며 "지방은행 보다 커지는데 이것은 은행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자(초대형 IB)보고 소(은행)처럼 여물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자는 사냥을 해야 하는데 대출만 하면서 여물을 먹겠다고 하면 결국 사자는 탈이 나서 못 견디고 DNA도 바뀌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 세계 글로벌 IB 중에 특정 기업에 돈을 주는 곳은 없다면서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위해 대출하거나, 인수ㆍ합병(M&A)을 자문하면서 금융을 제공하는 게 맞는데 IB에 신용공여 기능을 줘 기업에 대출하도록 하는 것은 초대형 IB 육성 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영구 회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은행이 주목받는 나라는 없다.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대규모 고객을 유치한 것에 대해서는 "예견된 일이다. 카카오 플랫폼을 안 쓰는 사람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문제는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며 "기존 은행과 똑같은 자본 비효율적 업무를 하면 승산이 없다. 승산이 있더라도 패배하는 게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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