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가 화제다.

글쓰기에 유독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총리는 취임사도 직접 작성해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동안 취임사는 국·과장이 작성해 올리면 최종 검토를 마친 후 발표되곤 했다.

이번 취임사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인용되던 고사성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위 공직자들은 취임사나 신년사, 이임사 등을 작성할 때 글 말미에 고사성어를 당연한 듯이 인용해왔다.

취임사에 고사성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집착은 어려운 한자어로 이어진다.

지난해 신년사에는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의 취임사에는 어려운 사자성어 대신 대화체 문장이 등장한다.

김 부총리는 기존의 어려운 사자성어 대신 대화체 문장을 구사했다.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失職)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우리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이 있습니까?", "저부터 반성합니다." 등 묻고 답하는 식의 문장이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김동연 부총리는 취임사 초반에는 직원들을 독려하는 여러 메시지를 제시하고 후반부에는 대화체 문장을 섞어 애정이 어린 당부를 전했다.

취임사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애정을 과시한 김 부총리를 대하는 직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보고서를 주로 작성하는 과장, 사무관들은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재부 한 직원은 "책을 내시고 신문에도 기고를 하시는 등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부총리를 맞아 나름 긴장을 하고 있는 면도 있다"며 "보고서 하나를 올릴 때도 좀 더 글을 다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글 뿐만 아니라 업무에서도 꼼꼼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웬만큼 준비하지 않고서는 보고서가 반려되는 각오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다른 직원은 "김 부총리는 실력 면에서 출중하고 업무에 빈틈이 없어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직원이 많다"며 "부총리가 쓴 책을 읽고 인간적인 면에서 감동하는 직원들도 많은데 어떤 분인지 학습하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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