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달라졌다. 건설사를 상대로 주택분양보증만 담당하던 과거와 달리 정부가 단계적 도입방침을 밝힌 아파트 후분양제에 간접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부처와 협의없이 인터넷 은행설립을 검토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HUG가 정책집행기관이 아니라 결정기관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18일 국회 등에 따르면 HUG는 올해 4월 국내 첫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비대면영업채널이 확대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했다.

해당 용역보고서를 보면, HUG는 미국 주택담보대출 취급 3위인 퀴큰론스(Quicken Loans), 일본의 모기지론 서비스 만족도 1위인 소니뱅크(Sony BanK) 등의 사례를 들며 향후 주택도시기금 대출 수요의 29%가 인터넷 은행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총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비대면 채널 점유율이 43%를 넘어설 경우에는 HUG가 자체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최적의 대응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HUG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HUG가 약간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 같다"며 "인터넷은행 설립 용역을 월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설립과 관련해 국토부는 HUG에 용역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아파트 후분양제와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은 HUG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 방안' 보고서를 인용하며, 후분양제 도입시 신용등급이 저조한 회사의 주택공급이 어려워 주택공급물량이 22.2%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사비에 대한 금융비용 전가로 아파트 분양가격이 90만원에서 1천110만원까지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금융시장 변화에 맞춘 HUG의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가 당초 의도와 달리 활용되자 HUG가 의도적으로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국회 국토교통위의 질책도 있었다.

국회 국토위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직접 서면자료를 배포해 "이번 용역보고서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후분양제 전면도입 추진 발표 직후 국토부 산하기관에서 발표된 경위과정과 목적을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이러한 움직임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후분양제 추진 의지를 무력화시키려는 토건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세력들의 후분양 흔들기인지 여부를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에서 금융의 역할이 확대되며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는 주택기금을 관리하는 HUG의 위상도 덩달아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부와 협의없이 HUG가 후분양제, 인터넷은행설립 등 정책결정과 관련된 용역을 수행하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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