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역외투자자의 모델펀드와 국민연금이 달러를 사들이는 핵심 주체로 떠올랐다. 최근 거래가 줄면서 장중 변동성도 축소한시장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지 관심이다. 지난 16일 달러-원 환율이 10원 이상 급등하는 데 이들 투자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참가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19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10.00원 오른 1,134.10원에 마감했다. 하루 사이 10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난 4월 14일(10.30원 상승) 이후 처음이다.

5월 이후 이달 16일 이전까지 달러-원 환율이 5.00원 이상 오른 날은 3거래일 밖에 없다. 같은 기간 5.00원 이상 하락한 날도 5거래일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변동성은 매우 축소된 상황이다.



◇모델펀드의 뒤늦은 매수세…시장과 美연준의 시각차

모델펀드는 헤지펀드의 일종이다. 특정한 조건에 기반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매수와 매도 신호가 뜨면 거래가 이뤄지는 투자 행태를 보인다.

서울환시에서 모델펀드가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다.

특히 FOMC가 금리를 올린 이후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하는 매파적 스탠스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 변수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게 모델펀드의 달러 매수를 자극하는 트리거가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등의 지표가 부진한 것에 대해 '일회성'으로 판단했다.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고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매파적인 스탠스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과는 다소 달랐던 셈이다.

이에 미국 국채 10년물과 달러-엔 환율 등은 달러 강세 쪽으로 반응했고, 위안화와 원화 등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모델펀드를 운용하는 역외투자자들은 달러 매수 주문을 내놓으면서 달러-원 환율의 상승폭을 키웠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헤지펀드들이 모델펀드,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하는데 미 FOMC 등의 대형 이벤트가 있는 날은 옵션 배리어도 1시픽싱, 2시픽싱 등에 걸어둔다"면서 "환율이 특정 레벨에서 움직이거나 미국 국채금리 등이 등락하면 크게 변동한다"고 전했다.

이 딜러는 "일부 헤지펀드는 5곳 정도에서 1억 달러씩 가격을 받아 한번에 5억 달러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는데 시장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다"고 설명했다.



◇'큰 손' 국민연금 달러 매수…하방경직 주요인

국민연금도 달러-원 환율 상승폭을 키우는 큰 손 투자자로 꼽힌다.

미 금리 인상 이후 서울환시에서 달러화 하락 가능성을 타진할 때 국민연금은 오히려 달러를 매수하면서 시장의 하방경직성을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주로 1,110원 후반대에서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에 대한 환헤지를 푸는 과정에서 올해만 약 300억 달러에 이르는 물량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달을 약 20영업일이라고 보면 하루에 약 1억2천500만 달러의 수요가 있는 셈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국민연금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와 모델펀드의 매수세가 합쳐지면서 달러화가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도 있어 얼마나 변동성이 커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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