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전국은행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한 정식 논의를 시작했다.

은행연합회는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하영구 회장의 후임 선출 절차와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하 회장과 KB국민·신한·KEB하나·NH농협·IBK기업·씨티·SC제일·산업 등 국내 주요 은행장과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심상훈 케이뱅크 사장 등 총 11명이 참석했다.

은행연합회는 공식적인 회추위를 꾸리는 대신 이전 회장 선출 때보다 2~3차례 더 논의한 후 단독 후보를 추대, 사원기관 총회 투표를 거쳐 선발하기로 했다.

회장 후보는 은행장들의 추천을 받아 정하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구체적인 후보군에 대해 논의는 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내주 이사회를 열어 3명 안팎으로 후보를 추린 뒤, 그 다음 주 한 차례 더 논의해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벌써 금융권 안팎에서 퇴직 관료 출신의 '올드보이'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며 관치금융·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는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홍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때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이후 16~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올 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외환은행장과 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을 이끈 경험이 있으며 국회의원을 거쳤다는 점에서 정무적 능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다만 홍 전 부총리가 관료 출신이면서 80세의 나이에 금융 협회장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김창록 전 총재는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재무부 외환정책과장, 국제금융과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참사관,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윤용로 전 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기업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외환은행장 등을 지내 민·관 양쪽을 모두 경험했다는 장점이 있다.

신상훈 전 사장은 호남 출신으로 신한은행 지점장, 상무, 은행장,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을 지내 금융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 다만 신한 사태 앙금이 남아 있어 신한은행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게 단점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민·관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인물을 협회장을 뽑겠다는데 행장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면서도 "고령의 올드보이들이 대거 등장, 관치 논란이 재부상하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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