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고령의 전직 관료들이 금융 협회장을 맡아 금융권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뽑는 시중 은행장들이 후보로 누구를 추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장들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권 수장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진행되는 분위기에서 눈치껏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를 추천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고민에 빠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다음 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어 차기 협회장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후 2차례 정도 회의에서 후보 검증 절차를 거쳐 이달 말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신한·국민·우리·하나·씨티·SC제일·산업·기업·농협·부산은행장인 비상임이사 10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연합회장 후보는 이사회 구성원인 하 회장과 은행장들이 추천한다. 일부 행장들은 후보 추천에 나서지 않거나 중복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6~7명의 후보군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은행장들이 소신을 지켜 협회장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할지, 정부 또는 정치권의 입김이 닿은 인물을 추천하느냐다.

은행장들은 그동안 민·관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인물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겠다는데 의견을 같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퇴직 관료 출신 '올드보이'들이 거론되고 있고,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장에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은행연합회 이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한 시중 은행장은 "행장 중 누군가가 홍재형 전 부총리,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을 추천한다면 정부가 반기는 특정인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며 "괜히 반대했다가 나중에 찍힐 수도 있다는 걱정에 자연스럽게 표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시그널은 없지만, 후보군을 봐서 눈치껏 한 표를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차피 만장일치 형식으로 추대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돼 있어 적당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크게 반대에 나설 행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부총리는 79세 경제계 원로로 수출입은행장과 외환은행장, 재무부 장관을 거쳐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다. 이후 16~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올 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있는 중량급 정치인이기도 하다.

김창록 전 총재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관료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산고 동기이기도 하다.

은행장들은 최근 금융권의 물갈이 인사 분위기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채용비리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갑작스레 사의를 표하고 경찰의 KB금융지주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어지면서 관피아 논란이 절정에 달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한 은행장은 "올드보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기류가 또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며 "오히려 소신껏 은행연합회장을 뽑을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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