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깨고 1,080원대로 속절없이 하락함에 따라 수출입업체들도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외화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숫자로 나타나는 경영 지표가 악화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가격 경쟁력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업체들은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예상된 수준보다 환율이 추가로 더 밀릴 경우에는 기존 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제조업체의 한 외환담당자는 23일 "환율은 어느 정도 선에서 등락을 해야 하는데, 지지선없이 빨리 큰 폭으로 내렸다"며 "단기적인지, 장기 움직임일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기 하락 추세를 많이 언급하지만, 1년으로 넓게 보면 더 밀리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며 "레벨 변동에 따라 필요하면 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세가 깊어질 가능성이 커지면 장기 선물환을 매입하거나, 현물환을 빨리 매도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거주자외화예금은 732억8천만 달러나 쌓여있다. 전월 대비 96억2천만 달러 늘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다만, 이 외환담당자는 "현재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정책적으로 환전을 하고 있다"며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B조선사의 관계자는 "해외 계약을 견적낼 경우에 경쟁력이 좋아지지 않는 문제 등이 있어서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과 수입을 합산해서 선물환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수출과 수입을 구별해서 매입ㆍ매도 선물환을 계약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실 달러 환전 손익도 문제지만 외환(FX) 스와프도 여전히 좋지 않다"며 "특히 프랍 거래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정유사의 관계자는 "달러 매입ㆍ매도 시점을 조절하는 전략은 잘 쓰지 않고, 그때 그때 사고판다"며 "이렇게 하면 결국 평균적인 수준에서 거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양방향으로 현물환 포지션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수출입업체들도 외환시장 참가자들과 비슷하게, 향후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은 외환당국이 쥐고 있다고 판단했다.

롱 포지션을 담지 못할 뿐더러 숏 포지션을 구축하기에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C업체 관계자는 "1,070원대까지는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당국은 속도가 빠르다는 공식적인 입장 외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의 수출탄력성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며 "신뢰 문제가 있어서 기업은 수출 가격을 바로 올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하락해, 수출에 파급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변동 보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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