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차입자 부담 때문에 대책 미루면 부채 점점 늘어나"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이성태 전(前) 한국은행 총재는 좋은 금리 정책은 중립적인 금리 정책이라며 누구를 이롭게 하고 누구를 불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15일 오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경제 순환구조의 구조적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강연에서 금리 정책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문제는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며 "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돌아가고 돈을 받아간 사람이 허투루 쓰지 않게 하는 금리 수준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수준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래의 차입자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금리가 인상되면 현재 차입자에게는 부담이고 미래 차입자는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차입자에게 부담된다고 내버려두면 부채는 점점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인상이 필요하면 인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것이 감당할 만한 수준인지, 즉 견딜만한 수준인지 항상 점검하면서 올려야 한다"며 "부담이 된다고 마냥 늦추면 문제가 점점 더 커진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조금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자산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총재는 "금리가 변동할 때 분명히 실물과 물가, 수입, 자산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어느 쪽 효과가 더 나타날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최근 실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시원찮다"며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단기적으로 내년은 그리 나쁘지 않아 통화정책의 효과가 실물로 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 유출입과 외환보유에 대한 우려는 '옛날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환율은 자본수지가 압도하는데, 자본거래는 컨피던스 게임(confidence game)이다"며 "우리가 틀에 박혀 내외 금리 차만 이야기하는데, 그 영향력은 옛날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한국 경제에 대해 한국이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외국이 이를 얼마나 믿어주는지 신용(confidence)의 문제다"며 "금리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성태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경제가 발전하려면 생산과 분배, 지출이 원만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생산과 분배, 지출의 순환과정이 문제가 생겼다"며 "지금까지는 새로운 시장이나 신기술이 나타나 숨통을 열어줬는데 (이제는 그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경제가 돌아가려면 생산뿐만 아니라 분배와 지출로 연결돼야 하는데 분배가 잘되려면 고용이 늘어야 하지만, 지금은 기술 발전이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은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선도하거나, 최소한 빨리 따라가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최소한 사회가 끌고 나가는 방향의 반대에 있는 집단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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