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야근은 문제도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금까지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에게 업무 과부하가 걸렸다.

모든 부서가 힘에 부치는 상황은 아니지만, 원체 일이 많기로 유명한 예산실과 정책라인을 중심으로 업무가 크게 늘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날 취지로 월 1회 금요일에 조기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는 4월 한 번만 제대로 이뤄졌고 5월에는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갔다.

사실 새 정부 출범으로 정책의 밑그림 실무를 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할 일이 늘었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수장이 만들어 나가려는 핵심 어젠다와 정책 방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게 당연한 일이다.

공무원의 역할이 그렇다. 그러나 일에 지쳐서 업무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1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고 한 것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김 부총리는 주말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토요일은 전화ㆍ카톡 등 업무 관련 연락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했다.

부총리 자신부터 주말에는 극히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보고받거나 사무실에 나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확대간부회의 하루 전에 과장급 이하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곧바로 여기서 나온 불만과 건의사항이 담겼다.

추진력이 강한 부총리가 밀어붙이니 주말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곳곳에서 흘렀다.

한 사무관은 "분위기가 좋다"며 "카톡 금지도 환영하지만, 서울 출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부총리가 타 부처와 조율해 금요일 늦은 오후에 업무 지시가 내려오는 부분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희망도 엿보였다.

주말이 없는 공무원의 일상은 상급 기관으로 잦은 보고와 회의 일정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풀(Full) 보고서가 아닌 키워드 중심의 짧은 페이퍼 또는 구두로 신속하게 논의하고, 방향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도 지시했다.

이미 기재부 내에서는 간략한 보고서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일부에서 장황한 설명 식의 보고서를 내놓고 있어 개선 차원에서 주문을 한 것이다.

그동안 기재부 장관들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대로 방안을 내놓았다.

전임 유일호 부총리는 작년 4월에 간부와 직원이 각각 서울과 세종에 격리되면서 의사소통이 부족해지고, 잦은 출장보고로 업무 효율성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화상 회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후 화상 회의가 활성화되면서 서울 출장이 줄었다. 그러나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만 화상 회의 시스템이 구비돼 있어서, 아직 다른 곳이 거처인 국정기획자문회의 등과는 사용하지 못한다.

한 과장은 "이번 주말에는 업무 지시가 없느냐는 직원들의 물음에 뜨끔한 경우가 많다"며 "나 역시 보고나 회의 준비로 주말에 다른 생각을 할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