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폐수처리장과 침출수처리장, 음식물폐수처리장, 폐기물소각장 등 다양한 종류의 환경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신설될 환경시설에는 신기술이 도입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익을 위한 공공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예외 없이 경제성 평가가 사업개시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환경시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오염물 처리효율이 높으면서도 설치와 운영에 적은 비용이 소요되고, 나아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발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환경시설의 설계는 오염물질 배출량과 성상(性狀)의 예측에서 시작된다. 이어 설치 예정부지의 성격, 확보 가능한 예산의 규모 등을 종합해 적절한 공법이 선정되고, 공법에 따라 설계가 시작된다. 설계 완료 후 시공에 돌입하고, 시공이 완료되면 시운전을 거친 후 준공절차에 이어 발주처에 인계된다.

그렇다면 환경시설 설계의 기초가 되는 오염물질 배출량과 성상은 어떻게 측정될까? 이는 해당 오염물질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염물질의 발생량과 성상은 단기적으로는 계절에 따라 바뀌고, 장기적으로는 생활 양식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사업의 필요성이 대두한 시점부터 환경시설의 완성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5~6년의 간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시설을 사용할 무렵에는 당초 예측됐던 배출량보다 현저히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오염물질의 성상 역시 예측치보다 악화돼 신설된 환경시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과거 필자가 수행했던 환경시설 관련 소송 가운데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폐기물소각장 프로젝트가 장기화되면서 반입되는 폐기물의 성상이 설계시 예측치와 상이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예측치에 부합하는 에너지가 생산되지 않았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해당 폐기물소각장은 소각시 발생하는 열을 이용,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도록 설계됐지만, 설계시 반영된 발열량에 비해 실제 운영 과정의 발열량이 현저히 낮았다. 그 결과 소각장 운영비가 예측치를 현저히 초과하게 됐다.

환경시설을 설계하는 시점에서 향후 오염물질 발생량과 성상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5~6년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5~6년 앞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경시설 설계자나 이를 감독한 감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설계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도 5~6년 앞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설계자나 감리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었다면 설계자나 감리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다. 환경시설의 기획, 설계, 시공, 운영과정에는 이처럼 어려운 문제가 내재돼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충정 안종석 변호사)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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