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부터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은 17일 오전 현재 1,064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원은 지난 15일 한때 1,050원을 터치하는 등 최근 들어 가파른 하락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 원화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가운데 미국 환율보고서 등에서 환율조작으로 시비를 당할 소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차원에서 환율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업계 일각에선 2008년 이후 10년만에 세자릿수 환율을 볼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에 불청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가 본격화된 작년 4분기에 우리 기업들이 거둔 실적에서 원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측은 작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그 이면에 내재된 환율 복병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경고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당분간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너무 떨어져 있어 원하는 만큼의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런데, 다른 수출기업들의 상황은 어떨지 불을 보듯 뻔하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받은 SK하이닉스도 4분기에는 환율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분이 1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메모리 업황 호조로 SK하이닉스의 전체 실적은 여전히 좋지만, 환율의 도움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원화 강세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기아차의 실적발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환율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를 3~6개월 정도로 보고 있는데, 현대차의 작년 4분기 실적과 올해 1분기 실적에 얼마나 반영됐을지 주목된다. 건설업계 역시 원화 강세로 인해 해외부문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실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엔-원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계, 부품 업체들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중반(WTI기준)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시장 금리도 오름세를 타는 등 그야말로 중소업체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사실 환율 하락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환율 하락의 방향보다 속도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떨어진다면 우리 기업들이 대비할 시간을 가지면서 내실을 다질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상황이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의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빠르게 환율이 변동한다면 기업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자릿 수 환율은 절대 가서는 안 될 마지노선이 돼야 한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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