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성장세 추세 상회…정책 변화 신중"



(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김혜림 통신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세가 추세를 상회하면서 양적완화(QE)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27일 다우존스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ECB의 통화완화 정책이 좋은 효과를 가져왔고, 경제성장 추세가 빨라지면서 줄여나갈 것"이라면서도, "경제가 개선되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 경우에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CB가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 프로그램 축소를 준비하는 가운데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ECB 관계자들은 올해 12월 채권매입 프로그램 종료 후 상황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물가가 예상보다 덜 오르고 있다면서도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가 추세를 상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ECB의 통화 정책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외부 충격과 노동 시장의 유휴 여력 등은 물가를 끌어내린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물가는 중기적으로 추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게 드라기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현행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경제 여건이 개선되는 데 따라 정책을 변경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CB의 정책이 제 역할을 한다고 자신할 수 있는 상황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점진적으로 뚜렷해질 것이라고 드라기 총재는 말했다.

그는 아직 상당한 규모의 통화 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현행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드라기 총재의 이날 발언이 ECB가 통화완화 정책 축소에 더욱 근접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국채 수익률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오름폭을 확대했고,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0.5센트 오른 1.1257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ECB가 이르면 올해 9월이나 10월에 내년부터 시작될 QE 축소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초 ECB 정례 회의에서는 통화완화 정책 축소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ECB가 제로(0)금리 아래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드라기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통화완화 정책 축소에 대해 논의를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QE 축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빠른 QE 축소를 원하는 북유럽과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ECB의 통화완화 정책이 예금과 연금 보유자들에게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며 수년 동안 빠른 QE 종료를 요구해왔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발리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ECB의 경기부양책이 2018년에 축소될 가능성을 시사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평가하고, ECB의 월간 채권매입 규모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400억유로와 200억유로 규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hailey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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