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은행권 상임감사위원들이 대거 물갈이될 전망이다.

경영진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떠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자리였던 만큼 어떤 인사들로 교체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KB국민·IBK기업·NH농협·BNK부산·전북·대구·경남은행 등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상임감사 교체 및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KB사태 이후 3년간 공석이었던 상임감사 자리를 오는 3월까지 채우겠다고 못 박았다. 이수룡 기업은행 상임감사는 지난해 10월 3년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영린 농협은행 감사와 김광연 전북은행 감사, 박남규 대구은행 감사, 정봉렬 경남은행 감사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은행 상임감사는 사실상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억대 연봉은 물론,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 '넘버2'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퇴직관료나 정권 실세들에게 인기 있는 자리로도 통한다.

대부분 은행 이사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쉬워 금융권 경력이 없는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내려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이어져 왔다.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출범에 일조했던 전직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에 대거 취임한 데 이어 금융권에서도 정치권과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 상임감사 자리에 대부분 금감원 출신이 내려왔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에서부터 최근 채용비리 사건까지 여론 악화로 재취업이 여의치 않아졌다"며 "그 틈을 타 현 정권에서도 정치권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상임감사에 대통령 경호실 경호부장,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안전교육원장,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본부 본부장을 지낸 조용순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임명했다. 직전 이수룡 감사도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전력으로 정피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민은행 감사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감사원 출신 인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상임감사 자격 요건을 강화했지만, 최근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김정민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감사도 낙하산 인사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보통 상임감사는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사 자리를 두고 정권 실세 간 알력이 극심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의 의중이 100% 반영된 인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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