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 등 제2금융권에 은행권 부행장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모회사인 금융지주와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군 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후보군으로는 김원규 현 사장을 비롯해 정영채 IB부문 대표(부사장)와 김광훈 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김 전 부사장은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과 농협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전 부사장이 차기 사장에 선임될 경우 NH투자증권은 처음으로 부행장 출신 사장을 맞이하게 된다.

이에 앞서 NH-아문디자산운용은 박규희 농협은행 부행장이 신임 사장으로 지난달 1일 임기를 시작했다. 박 사장은 농협중앙회에서 투자금융부장, 기업고객부장, 경북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고서 농협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으로 재직했다.

IBK투자증권도 김영규 전 기업은행 부행장이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사장은 기업은행 인천 지역 지점장과 인천지역본부장, 기업고객본부장, IB본부장(부행장급) 등을 거치며 기업·정책금융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지난해 3월에는 김형진 부사장이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취임했다. 김 사장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지주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임기가 만료된 이원종 하나UBS자산운용 사장 후임으로도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은행권 부행장 출신 CEO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지난달 김경환 전 대구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보)이 DGB생명 신임 사장에, 지난해 12월에는 장주성 전 기업은행 부행장이 IBK연금보험 사장에 취임했다.

김 사장은 대구은행 구미영업부장, 경북희망본부장, 경북서부본부장, 준법감시인 등을 역임했다. 장 사장은 기업은행에서 검사부장, 경수지역 본부장, 카드·신탁연금 본부장, 기업고객부행장, 경영지원그룹장(부행장) 등을 맡았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12월 김정민 전 사장을 부회장에 선임했는데, 김 부회장 역시 국민은행에 입행해 인사담당 부행장 등을 역임한 은행권 출신이다.

제2금융권에 은행권 부행장 출신 CEO가 증가하면서 모회사인 금융지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행장 출신 CEO가 대부분 은행 출신인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소통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평생 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제2금융권 CEO에 임명된 데 따라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부행장 출신 제2금융권 CEO는 정치권의 낙하산을 타고 임명됐다는 주장도 있다.

KB부동산신탁 부회장에 선임된 김정민 전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데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문재인 정권을 의식해 일부러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정권과 가까운 인사를 앉힌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성 부족과 낙하산 논란으로 부행장 출신을 제2금융권 CEO로 앉히기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최근 숫자가 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부행장 출신 제2금융권 CEO가 잇따라 탄생하며 금융지주들이 눈치 보지 않고 부행장을 제2금융권 자회사로 내려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행장 출신이 CEO가 될 경우 모회사인 금융지주의 지원을 받기가 쉬운 측면이 있겠지만 은행과 금융투자업계, 보험업계는 경영 원리가 달라 이들이 CEO로 재직하는 동안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