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이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스위스 취리히에서 통화스와프 계약 서명식에 참석하며, 이후 언론과의 티타임도 갖는다.

스위스통화스와프 체결사실을 서명하기도 전에 공개한 점도 눈에 띈다.

한·중 통화스와프나 한·캐나다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이주열 총재의 해외 일정을 극비에 부쳤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행보다.

한은이 이처럼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스위스와 통화스와프 체결 공개 시점을 사전에 조율한 영향이 크다.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이미 한차례 진행됐고, 정치적 변수가 없는 점, 금융안정 목표라는 공감대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로 기축통화국 통화스와프의 첫 테이프를 끊은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첫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앞두고 해외출장 말미에 캐나다 일정을 추가했다. 캐나다에 들른 후 다시 미국으로 갔다 한국으로 귀국했다.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는 캐나다 때보다 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첫번째보다 두번째 통화스와프인 만큼 보다 안정적으로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이에 한은은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사실을 널리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기축통화국과는 정치적 변수가 개입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과거 한은은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과정에서 숱한 정치적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다투던 일본과는 아예 통화스와프 연장 논의가 무산됐다.

중국 통화스와프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해 10월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갈등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한·중 양국은 통화스와프 연장에는 합의했지만 계약 체결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적 변수가 개입되면서 통화스와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는 캐나다 통화스와프와 더불어 금융안정에 중점을 뒀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에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합의 이후 양국 일정에 맞게 공개 시점을 조율할 수 있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서명 전에 발표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008년 한·일 통화스와프는 12월12일에 발표했고, 12월16일에 서명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도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사실을 미리 공개하고, 이후에 서명을 한 적이 있다"며 "통화스와프 체결 공개 시점은 양국간의 합의 사항"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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