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동안 기업과 개인의 반응이 180도 엇갈렸다.

기업은 환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팔았고, 개인은 환율이 내릴 때마다 움직여 달러를 샀다.

21일 한은의 1월말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업예금은 12억2천만달러 감소했고, 개인 예금은 9천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개인 외화예금은 161억7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때 개인 외화예금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달러 강세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달러-원 환율은 1월초 1,211.80원에서 12월말 1,070.00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초 달러 강세 기대가 형성됐으나 실제 환율 흐름은 달러 약세로 기울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달러 강세 기대는 유지됐다.

달러강세 기대를 바탕으로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저점 매수 해두는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금리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점, 혹시 미국 경제가 조정을 받더라도 안전자산인 달러를 쥐고 있는 편이 낫다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기업예금이 줄어든 것은 그동안 달러를 팔지 못하고 버티던 수출기업들이 환율 하락 가능성에 환전 시기를 더는 미루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동안 매도 시점을 늦췄으나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기에 이따금 환율이 반등할 때마다 고점 매도를 하는 편이 나은 셈이다.

한 한은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은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에 그동안 미뤄왔던 환전을 한 것이고, 개인들은 환율이 하락했으니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매수한 것"이라며 "환율 하락 국면 속에서 기업들은 환율이 잠시라도 오를 때 달러를 판다"고 설명했다.

환시 전문가는 기업과 개인의 엇갈린 환투자 전략은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봤다.

기업은 리스크를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를 바탕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의 활력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 이 과정에서 임계치가 무너지느냐 여부를 봐야 하는 시점이라 기업은 달러 매도에 나서지만 개인은 주식이 흔들리고, 경기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안전자산인 달러를 사두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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