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현장점검에 나선 가운데 지배구조와 채용비리로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또다시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의 2월 일반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2.72%로 지방은행 등 일부 특수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경쟁은행인 신한(2.31%), 우리(2.20%), 농협(1.99%), 기업은행(2.33%)보다 0.39~0.73%포인트 높았으며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가산금리(2.20%)보다도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받았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신용등급 7~8등급을 대상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인 8%가 넘는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가산금리는 대출 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별로 인건비 등 고정비와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 비용, 목표수익률 등을 계산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다시 말해 KEB하나은행은 가산금리를 통해 다른 은행보다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은행은 2월 마이너스통장대출 평균 가산금리가 2.94%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일반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의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가 4.74%로 경쟁은행인 신한은행(3.6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이유도 신한의 가산금리(1.94%)보다 1%포인트 높은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하면서 전반적인 금리산정 구조를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금리 조정 과정에서 비합리적 요소를 포함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했다고 판단될 경우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경영진 처벌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불합리한 대출금리 산출체계가 지배구조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산금리뿐 아니라 우대금리 조정, 금리산정체계 등 금리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국민, 하나뿐 아니라 다른 은행에도 금리 운영의 적정성 문제가 발견될 경우 CEO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대출금리 점검이 단순한 위규행위를 적발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KB금융와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 연임 문제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

뒤이어 당국이 실시한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에서 공교롭게도 국민·하나은행에서 비리 의혹이 집중적으로 밝혀지며 또다시 이들 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이번 금리 점검을 계기로 KB와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해서 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지배구조·채용비리 검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더욱 강하게 몰아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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