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금융권은 진실 규명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 관련 자료에 관심이 쏠려있다.

이 자료의 존재 여부에 따라 최 원장의 결백이 증명될 수 있는 것은 물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때 하나은행 측에 기간과 관계없이 채용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라 했지만 2015년 이전 자료는 모두 삭제됐다며 2015~2017년 자료만 넘겨줬다"며 "이번에 그보다 이전인 2013년 채용 관련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하나금융이 김 회장의 3연임을 두고 갈등을 빚어 온 최 원장을 겨냥해 관련 자료를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하나은행은 전일 금감원이 최 원장이 성적을 조작하거나 압력을 넣는 식으로 채용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밝혀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서도 "당시 인사 담당자들에게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최 원장이 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검찰 조사 중이어서 내부 전산망 기록이나 인사 자료를 종합 검토한 결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채용 담당 관계자들의 말만 듣고 전달하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자료 확인을 해주지 않았지만, 특별검사팀이 가동되고 나면 관련 문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여부도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과 하나은행 모두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진실은 검찰 수사를 거쳐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김우찬 신임 감사를 특별검사단장으로 임명, 이날부터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별검사팀은 하나은행 측에 요구한 자료 제출 과정부터 문제가 된 2013년의 채용 절차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측은 금감원으로부터 애초에 2013년 자료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청한 건 2015~2017년 채용 관련 자료였으며 2013년 자료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며 "현재는 검찰 조사 과정이기 때문에 서버에 접속하면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될 수 있어 확인할 수 없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측은 금감원이 마치 하나은행 때문에 최 원장이 사퇴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갈등 관계에 있었다고 하지만 마치 있는 자료를 일부러 안 준 것처럼 곡해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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