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우성문 통신원 =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 악성 대출과 관련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을 제시했다고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담보 대출이 악성 대출이 되는 경우 은행들은 2년 안에, 담보 대출의 경우 7년 안에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오는 4월부터 적용되지만, ECB는 은행들이 2021년까지는 이에 따르지 않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악성 대출 관련 TF팀의 의장인 아일랜드 중앙은행의 세론 도너리 부총재는 "이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효과는 보통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악성 대출의 존재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그동안 ECB는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규칙을 만들려고 했었지만, 중앙은행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제시됐던 가이드라인의 경우 정계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의회의 마커스 퍼버 의원은 "은행 감독은 유럽 입법자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프랑크푸르트에 기반을 둔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제시된 가이드라인은 지난해에 제시된 가이드라인과 큰 변화는 없지만, ECB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은행들과 직접 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악성 대출은 유럽 은행들이 직면하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되며 악성 대출 문제 역시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은행이 손실과 자본을 충당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을 거절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너무 과도한 규칙은 은행들이 대출을 주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위협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전체 대출 중에서 12.1%가 악성 대출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형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악성 대출이 7천590억 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초반 9천억 유로보다는 줄어든 것이다.

한편 전날 유럽연합(EU) 역시 무담보 악성 대출의 경우 2년 안에, 담보 악성 대출은 8년 안에 감가상각 처리하는 제안서를 공개했다.

도너리 부총재는 "이 두 제안서는 상호보완적인 것"이라면서 "어떤 제안서이든 실제로 승인되고 실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m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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