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이현정 정지서 기자 = 금융계의 '검찰총장'으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두고 검찰이 최종 심판에 서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금융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더군다나 현직 금감원장이 직접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자칫 검찰 포토라인에 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어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권 전반은 착잡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숱한 의혹에도 '법적ㆍ도덕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나 설사 직(職)을 유지하더라도 과연 금융감독당국 수장으로서 영(令)이 서겠느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 본사와 서울사무소,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세종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더미래연구소 등 김기식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에 관련된 곳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김 원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사건을 대검찰청이 전일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간 언론과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의혹을 중심으로 출장의 성격과 출장 비용을 제공한 피감기관 사이에 대가관계 등이 있는지를 따져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에 대한 분석 작업이 끝나는 대로 피고발인인 김 원장에 대한 실질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김 원장에 대한 본격 조사를 위한 정지 작업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현직 금감원장이 검찰청에 출두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검찰의 본격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처음으로 김 원장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거취를 결정할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가 되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면서 꺼내 든 기준점이 '위법' 여부였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 수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검찰이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선 것을 보면 앞으로 수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위법'이라는 기준과 함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이라는 또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청와대가 선거관리위원회에 4가지 사안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유권해석해 달라고 의뢰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문 대통령이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당장 해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첫 입장 표명에서 '조건부 사임'을 거론한 것은 이전과는 상당히 다른 변화라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상당수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피감기관이라는 점에서 금감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혼란이 계속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금감원장이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이 되면서 그의 거취를 둘러싼 영향과 향후 미칠 파장 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며 "금융권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다 보니 경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금융사의 임원은 "금감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금융회사로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신속하게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물타기식 검사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김 원장 거취로 쏠린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해 금감원이 엉뚱한 방향으로 칼을 빼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솔직히 있다"며 "금융권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불확실성이라는 변수가 해소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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