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각종 의혹으로 사퇴압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남을 갖는 등 꿋꿋이 공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날 오후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저축은행중앙회에서SBI·OK·웰컴 등 10여 개 대형저축은행 CEO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저축은행이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고금리를 부과하는 약탈적 대출 영업을 자제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공식 취임 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부터 저축은행의 이 같은 관행에 문제의식을 드러냈고, 최근 임원회의에선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의 고금리대출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카드업계와 보험업계 CEO들과의 간담회 일정도 조율 중으로 이르면 이번 주 후반께 모임이 마련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서민금융 강화 정책을 강조한 만큼 제2 금융사를 먼저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김 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조한 만큼 보험, 카드사도 순차적으로 만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와 소비자 민원 증가 등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라며 "지배구조나 채용비리 등 민감한 현안이 있는 은행의 경우 행장들과의 만남은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원장은 지난 10일에는 증권사 대표들과 13일에는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잇따라 만났다. 당초 일정에 없던 것이었으나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를 계기로 광폭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각종 의혹으로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서도 금감원장으로 있는 동안은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게 공식적이 이유지만, 활발한 대외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씌워진 각종 의혹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고액의 후원금이나 해외관광 일정이 추가 공개되는 등 김 원장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김 원장의 공식일정은 늘어났다.

다만 김 원장이 이 같은 공식 행보를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르면 이날 김 원장의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으로 조만간 진퇴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선관위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제대로 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직을 위해서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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