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마라톤 풀코스(42.195㎞)를 네 차례 완주한 일이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 완료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낭독하던 권오갑 부회장이 돌연 본인의 '마라톤' 출전 경험을 언급하면서 기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는 결국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상황을 빗댄 얘기였다.

이날 '마라톤 마니아(Mania)'임을 밝힌 권 부회장은 "몸무게가 80㎏에 육박하던 시절에는 힘들었지만, 10㎏을 감량하고 나니 비로소 풀코스 완주도 가능했다"며 현대중공업의 군살빼기 작업도 이 사례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수주절벽 탓에 일감의 절대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비핵심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과 기초체력 확보를 위한 자본확충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게 권 부회장의 판단이었다.

지난 40년을 '현대맨'으로 살아온 그는 "2014년 현대중공업에 취임한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해양플랜트 부문 일감은 하나도 없고, 조선 부문 또한 예년 대비 3분의 1 수준인 상황"이라면서 현대중공업의 생존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조선업계의 수주불황 여파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갑 부회장도 "3년 전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이 틀려) 지금도 조심스럽다"면서 "다만, 오는 2020년부터는 어느 정도의 일감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부회장은 당면한 위기극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비핵심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 작업이 차질없이 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 작업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6월에 3조5천억원 규모의 경영개선 계획을 내놓으면서 향후 비핵심자산 매각과 사업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현대자동차와 KCC, 포스코 등 보유하고 있던 투자주식을 매각한 것은 물론, 현대미포조선의 현대로보틱스 지분 매각(3천500억원), 사택 부지 매각(2천800억원), 호텔현대 매각(2천억원), 러시아 호텔·농장 매각(865억원) 등도 추진했다.

아울러 1조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하이투자증권 매각(4천500억원) 매각, 현대삼호중공업·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추진 등에 나서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군살빼기 작업도 막바지에 왔다는 평가다.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와 '캐시카우'인 현대오일뱅크의 IPO까지 완료되면 그룹내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순차입금을 털고 약 5천억원의 순현금을 손에 쥐게 될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오일뱅크 IPO를 위해 현재 주관사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내 이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추진했던 변화와 개혁의 성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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