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갈수록 줄고,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점포 통폐합을 확대한 여파로 유휴 자산도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에 자산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매각하려는 의도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서울, 대전, 충남 등 전국에서 총 12건, 약 25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한다.

매각 대상은 최저입찰가격만 66억 원에 달하는 서대전지점과 대전 중부지점, 서울 역촌역 출장소, 동탄하늘빛지점, 순천지점, 송정지점, 포함지점 천안 여자농구단 합숙소 등이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7건의 부동산 매각을 추진한다.

용산 후암동지점과 경남 사천 삼천포지점, 부산 진구 양정동지점, 충남 아산 충청 북부 사택 등이 대상이다. 입찰 예상가격은 최저입찰가 기준으로 1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마친 씨티은행은 공개매각을 통해 총 18개 점포를 내놨다.

이미 행당역지점과 경기도 오산지점 등 17곳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이미 팔았고, 마지막 남은 시화 지점 매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약 250억 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유휴점포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의 비대면거래 확대 영향으로 영업점 통폐합을 본격화한 영향이 크다.

오프라인 영업 지점 방문 고객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점포 중복 등으로 불필요한 지점을 정리해 비용 효율성이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비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장소를 포함한 국내 은행권의 영업점포 수는 작년 말 기준 6천791곳으로 전년과 비교해 312곳이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씨티은행은 전국 133개 점포를 44개로 대폭 줄였으며 KEB하나은행 점포 효율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점포 수가 87곳 감소했다.

일 할 곳이 사라지다 보니 인력 구조조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권 총임직원 수는 11만1천173명으로 전년에 견줘 3천602명 감소했는데, 2000년(5천202명) 이후 17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인력 감소만 4천841명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디지털화로 영업점을 직접 찾을 필요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점포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며 "계속 보유하고 있어도 별다른 이점이 없다 보니 매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각으로 얻은 이익은 재무제표상 단기 영업외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올 1분기 실적에 명동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1천150억 원이 반영되면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냈다.

앞서 을지로 사옥(옛 외환은행 본점)을 약 9천억 원에 매각한 KEB하나은행도 2분기에 약 4천억 원 가량의 차익이 순이익을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큰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비용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주변 상권 침체 등으로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아 부동산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행되지 못하고 유찰되는 경우가 많아 보유가치가 낮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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