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들, 새로운 관계 규명 부심"..시카고 연방은행장 "기술 진보-고령화 탓"

"저인플레 '수출'-인플레 기대감 약화도 원인".."중앙은행 물가정책 소홀 우려도 제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선재규 기자= 초장기 양적완화로 성장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떨어졌음에도 주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 목표치 달성이 여전히 요원한 상황에서, 생산과 물가 간의 전통적인 연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저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를 인용해 주요 20국(G20) 인플레가 연율로 지난 5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변동이 심각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도 곳곳에서 둔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근원 인플레는 리먼 브러더스가 주저앉은 2008년 9월에 기록된 2.9%에 여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0년 12월에는 1.1%를 밑돌기까지 했다.

저널은 선진국의 실업률도 크게 낮아졌다면서 지난 5월 평균 5.9%로, 한해 전의 6.3%에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ING 뱅크의 버트 콜리즌 이코노미스트는 "서방 중앙은행들이 (생산과 물가의) 관계 규명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美 연준은 저조한 인플레에 대해 휴대전화 가격 등 국내 요인까지 제시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 때문에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만 증폭시켰다.

이와 관련,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은 기술 진보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고령화를 세계적인 저인플레 원인으로 지난달제기하기도 했다.

에번스는 당시 "뭔가 더 세계적인 원인이 있지 않다면, 기술 진보 효과를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저널은 지난달 13~14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동에서도 인플레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원인을 놓고 위원들 간에 열띤 논쟁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일부 위원은 생산 격차와 인플레 간 연계가 지난 몇 달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위원들은 경제가 너무 빨리 성장해, 인플레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갑자기 상승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유럽도 인플레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저널은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연내 또는 내년 초 긴축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인플레가 "생산 격차와 역사적 패턴에 의해 예상될 수 있는 수준보다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생산 격차를 좁히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격에 대한 통상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 심화가 인플레 부진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한 국가의 저조한 성장과 인플레 부진이 다른 나라들로도 '수출'됨으로써, 전반적인 저인플레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 기대감 하락이 원인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오랜 저인플레 구도로 인해, 경기개선 조짐에도 근로자의 임금 인상 압박이 무뎌지고 기업도 가격 인상을 주저하기 때문이라는얘기다.

저널은 이유가 어쨌든 중앙은행들은 그간의 완화 기조에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의향을 보인다고전했다.

물론 통상적인 생산 격차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연준 등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금융안정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비자 물가 추세가 조만간 바뀌지 않는다면, 중앙은행들은 그간 핵심 정책 목표가 돼온 물가 안정을 소홀히하게 될지모른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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