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의 금통위원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최근 몇 개월 사이 새로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과거와는 달리 전세 자금이 가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여기에는 정부 규제의 허점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은 "최근 은행권 가계 대출 증가세는 전세자금 대출과 기타 대출이 주도하고 있어 집단 대출이 동인이었던 2017년까지의 증가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 계약자나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빌려주는 중도금, 이주비, 잔금 대출 등을 뜻한다.

그에 따르면 올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의 80%는 전세자금 대출이다.

금통위원은 이어 "전세 자금 대출은 공적 보증 기관 등의 보증부 대출이라는 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원금이 제외된다는 점 등 여타 가계 대출 대비 은행의 위험관리 유인을 약화하는 요소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DSR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정부가 가계 대출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 3월 도입한 제도다.

또 현재 전세 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3개사의 보증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공공·민간 보증회사의 전세 보증 비율은 90%~100%에 달한다.

금통위원은 "최근 일부 은행이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를 인하하며 공격적인 영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이는 방증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말을 보탰다.

그는 "작년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가 4월 은행과 비은행권 가계 대출 규모가 다시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가계 대출의 증가 항목이 달라졌지만, 주택 시장에 신용이 흘러들어 간다는 점은 변화가 없다.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자는 결국 더 큰 이자 부담을 져야 한다.

한국은행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은행 측면에서 전세 대출 취급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수익은 안정적으로 창출돼 은행이 (전세) 자금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DSR이 규제 허점을 노출하면서 지난 4월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6천856억 원 늘어난 537조202억 원을 기록했다.

가계 대출 증가폭은 지난 2월의 1억8천137억 원, 3월 3조688억 원으로 매월 확대하고 있다.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