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1조원 수준의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랜드그룹의 신용도에도 '경고음'이 다시 켜졌다.

작년 5천억원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데 성공한 이랜드월드는 올해 상반기까지 5천억원을 추가로 발행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자본확충 규모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자본확충 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3천억원 규모의 CPS에 대해 콜옵션 행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진 메리츠금융그룹에 이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한 앵커에쿼티 또한 투자금 회수를 요청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앵커에쿼티 또한 메리츠에 이어 이번 투자에서 빠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이랜드는 원점에서 다시 투자유치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내다봤다.

이랜드그룹 입장에서는 그간 자본확충 작업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이렇다 보니 기대했던 추가 신용등급 상향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이랜드는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Pre-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6천억원, 주력 자산인 티니위니(8천700억원 규모)와 모던하우스(7천130억원) 매각, 1조원 규모의 CPS 발행 등을 통해 부채비율은 10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BBB'에 머물던 신용등급을 A급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동안 재무개선 노력이 일부 효과를 내면서 지난달 20일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월드·리테일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리고,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당시 CPS 발행으로 5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신규 유입된 점도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예상보다 자본확충 규모가 줄면서 이랜드의 부채비율 개선 작업에도 '급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198%의 부채비율을 나타냈던 이랜드는 추가 자본확충을 통해 올해 2분기 말까지 이를 168%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그간 핵심자산 매각과 수익성 강화 등 펀더멘탈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신용등급도 한 단계 상향됐던 상황"이라며 "다만, 올해 초까지 자본으로 유입된 5천억원의 CPS 중 메리츠의 투자금(3천억원)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악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인캐피탈과 아폴로매니지먼트 등 미국계 투자자들과의 협상에 성공해도 이랜드월드는 기존 투자자들의 CPS를 처리하는 데 대부분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유치 최대치인 5천억원 수준의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추가적인 신용도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BBB+' 등급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의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 등이 보유한 CPS의 투자자 교체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해 말 수준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메리츠와 앵커에쿼티의 결정을 보면서 향후 신용도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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