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이윤구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감독 강화 방침을 내세우며 금융권을 압박하면서 곳곳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의 내부자신고제도 모범규준 마련과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결정 등이 금융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보호를 내세워 '감독 강화는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과 업계의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최근 내부자신고제도 모범규준을 만들기 위해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관계자들과 내부자신고 대상에 대해 논의했지만, 견해차만 확인했다.

은행연합회와 금투협회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넓은 신고대상 범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협회 측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융사의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금감원에 모두 보고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윤 원장이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같은 사건·사고가 기본적인 내부통제를 준수하지 않아 벌어진 것으로 인식하는 만큼 금감원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건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올 4분기부터 종합검사를 다시 벌이기로 한 부분도 금융사에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부자신고제도 모범규준 제정에 이어 금감원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결정에 대해서도 보험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처음에 냈던 보험료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구조다.

보험사는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제한 금액을 보험료 적립액으로 쌓아 공시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에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제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의 미지급 보험금은 약 4천억 원, 보험사 전체로는 7천억~8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이런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약관에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됐고 보험금 산출방법서에 사업비를 뗀다고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즉시연금의 경우 미래에 줘야 하는 연금까지 단순 계산으로 포함해 미지급금 추정치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규모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는 것은 당연한 보험상품 원리인데 이 금액을 만기에 보전해주라는 것은 정기예금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라는 명목하에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면서 암 보험금 지급 관련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암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은 1천 건에 육박했다. 말기 암 환자가 퇴원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항암치료 과정 중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이 주요 쟁점이다.

보험사들은 요양병원에서는 직접적인 암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암보험 상품을 만들 때는 요양병원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금감원이 보험원리나 법리상 맞지 않아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무리하게 압박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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