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고승범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내외금리차 등 금융안정을 강조하면서 매파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그동안 조동철 금통위원과 함께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고 위원이 우회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금통위원들의 관점 차이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19일 그동안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고승범 위원이 다소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당황하는 듯했으나 내용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일 고 위원은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입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고 위원은 이날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를 특히 강조하는 모습이었는데, 자본유출 우려는 기준금리 인상의 주요 논거로 꼽힌다는 점에서 고 위원이 우회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는 "과거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발생했지만, 장단기 시장금리가 모두 역전돼 수익률 곡선 자체가 역전된 상황은 없었다"며 "미국이 올해와 내년 중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시장금리 역전이 장기화하거나 역전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둘기파의 선봉으로 평가되는 조동철 위원은 지난 5월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을 강조했다.

조 위원은 지난해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당시에도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낸 적 있다.

조 위원은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초 충격은 세계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요인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기조적으로 하락시킨 데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물가 기대가 여전히 낮은 점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을 강조했는데 시장은 이를 미국 정책금리를 따라가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긴축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형 위원이나 조동철 위원과 달리 그동안 고승범 위원은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인물인 아니었다"며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분류됐는데 매파적인 발언을 하면서 연내 금리 인상 불가론이 사그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큰 틀에서 금통위가 주장하는 내용을 벗어나는 정도의 새로운 것은 없었다"며 "여전히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낸 점도 매파로만 해석하기에 어려운 요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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