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상승한 7천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경기불황과 금리 상승과 맞물려 수익 악화로 인한 줄폐업이 가속화하면 대출 연체율 급등 등 자영업 시장의 급격한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및 시중은행들은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중소·영세사업장의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자영업대출에 대한 특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리 상승과 경기 부진이 맞물리면 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월별 모니터링 및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상환능력이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부 보조금을 제공하고 중금리 대출을 이용토록 하는 등 8월 가계부채 대책 마련 때 자영업자 대출 관련 대책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급증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조이자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 수익을 만회하려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조선·해운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진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신용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27조917억 원으로 전년 동월(207조1천204억원) 대비 20조 원(8.7%)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이 56조7천69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조 원가량 대출을 늘렸다. KEB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 만에 5조6천억 원(15.8%) 급증,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자영업대출은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생활비로 전용이 가능해 가계부채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겨 가장 먼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최저임금 인상폭 만큼 고스란히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신한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41%포인트로 전년동기대비 0.1%포인트 올랐다. KEB하나은행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0.69%로 전 분기보다 0.13%포인트, 같은 기간 기업은행도 0.52%에서 0.64%로 상승했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높지 않은 수준이지만, 한꺼번에 급격히 부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부 시중은행은 소호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요주의 이하 비중이 10%대까지 치솟아 충당금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자영업의 특성상 소득이 일정치 않은 것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대출규모와 부실 위험별로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결국 심사를 까다롭게 해 대출을 줄이는 방법인데, 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금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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