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공무원,군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이른바 특수직연금 가입자의 국민연금 가입 전환을 서두를 때가 됐다. 모두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년보장만 해도 엄청난 혜택이다. 국가 재정을 동원해 특수직 연금의 적자까지 보전하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

◇ 중환자인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 연금부터 수술해야

국민연금의 수급 개선을 위한 개혁 논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후배 세대 등의 재정 부담 등을 감안해 좀 더 부담하고 덜 받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너무 당연한 논의 구조다.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세대들이 연금 부담까지 후배 세대에 미루는 건 염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에도 순서가 있다.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 주고 있는 특수직 연금에 대해서는 개혁에 대한 말조차 꺼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만 '고부담 저수익' 방향으로 개혁의 칼을 빼 든다면 형평에도 맞지 않다. 상처가 곪아 당장 수술해야 할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 연금은 내버려둔 채 아직은 멀쩡한 국민연금만 중환자 취급하면서 수술대에 올리려는 꼴이다.

실제로 프랑스와 칠레 등 세계 각국의 연금개혁 순서는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문제가 많은 특수직 연금부터 개혁한 후 공적연금제도를 개혁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연금개혁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잠재우면서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국가예산의 1% 수준에 육박한 특수직 연금의 적자는 현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2016년 기준으로 3조8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보전됐다. 적자 규모는 오는 2025년에 9조7천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공무원 연금은 2001년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한 이후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다. 군인연금은 더 심각하다. 군인연금은 45년 전인 지난 1973년에 이미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해마다 6천억원 규모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사학연금도 내년부터 적립금이 줄어들기 시작해 2042년에는 전부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이 소득의 9%(기업과 가입자가 절반씩 분담)를 납부하는 데 비해 특수직 연금은 소득의 14%(정부와 가입자가 절반씩 분담)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40%에 불과하지만 특수직 연금은 퇴직전 3년간 보수평균의 76%를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조만간 상향조정되고 급여율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특수직 연금과의 형평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직자들이 퇴직후 산하 공기업 등에 재취업할 경우 근로소득에다 연금은 연금대로 추가 지급받는 것도 형평성 시비를 부추기고 있다.

◇ 저금리 시대에 국민연금 가입해도 공무원 될 인재 줄 섰다

저금리 시대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공무원 연금수령액은 보수적으로 봐도 월평균 200만원이다. 공무원이 되는 순간 정기예금 금리를 연 2.0%로 잡아도 12억원 정도의 자금을 무위험으로 운용하는 것과 같다. 공무원 연금은 물가에 연동되는 물가채 성격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 사실상 평균 수명이 80세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들은 매년 물가 슬라이딩 만큼 수익률이 확대된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이 일자리 정책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은 일리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고갈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아직 우리는 공공부문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OECD에 따르면 우리의 전체 노동시장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쳐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OECD 평균은 20% 수준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덴마크 등 북유럽 복지 선진국은 이 비중이 35% 수준까지 치솟는다.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는 당분간 더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묘수풀이로 새로 진입하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사 등의 국민연금 가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고 교사가 되고 싶은 인재들은 넘쳐난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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